류현진 통산 평균자책점 2점대 진입… 추신수는 아시아 최초 200홈런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처럼 류현진(32ㆍLA 다저스)은 이제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서도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9-0 대승에 앞장섰다. 최근 18.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6월 첫 등판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류현진은 데뷔 첫 7연승을 달리며 빅리그 전체 다승 공동 선두(9승)로 올라섰다.
압도적인 1위인 평균자책점은 종전 1.48에서 1.35로 더욱 끌어내렸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이는 1920년 이후 다저스가 첫 6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의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이다. 원정경기 징크스도 더 이상 끄집어낼 필요가 없어졌다. 올 시즌 6차례 원정경기 선발 등판에서 3승(1패)에 평균자책점은 1.78이다.
특히 류현진은 의미 있는 통산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했다. 2점대(2.96) 평균자책점 진입이다. ‘통산 2점대’는 빅리그에서도 최고 투수를 평가하는 잣대로 류현진은 6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113명 중에서도 5위에 빛난다. 앞선 4명은 클레이튼 커쇼(2.12ㆍLA 다저스), 제이컵 디그롬(2.37ㆍ뉴욕 메츠), 맥스 셔저(2.83ㆍ워싱턴), 잭 그레인키(2.91ㆍ애리조나)로 모두 사이영상을 수상한 ‘살아있는 전설’들이다.
이날 애리조나는 8명의 오른손 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포진시켰지만 류현진의 체인지업 앞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내야땅볼만 15개를 쏟아냈다. 탄탄하던 다저스 내야진은 3개의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류현진은 동요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위기에서 빠져 나왔다.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은 0.043(47타수 2안타)으로 경이로운 수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선수들이 계속 열심히 해주고 있고, 좋은 수비도 있었다“며 실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어 ”나는 힘으로 상대하는 투수가 아닌 만큼 땅볼 타구로 병살과 많은 아웃 카운트를 빨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A 타임스는 삼진 2개만 잡고도 7이닝을 완벽히 막아낸 류현진을 두고 “최근 메이저리그 환경을 살펴보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류현진은 이번 시즌에 틀림없이 지구상 최고의 투수가 됐다”고 극찬했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류현진은 지난해 체이스필드에서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져 마운드를 내려왔다. 방사능 거미에 물린 것처럼 그 상처는 류현진에 특수 전력이 스며들게 한 것 같다"며 재미있는 비유까지 동원했다. 류현진이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처럼 방사능 거미에 물린 듯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4회 2사 2루에서 총알 같은 중전안타를 쳤다. 2루 주자 러셀 마틴의 발이 느려 홈에서 아웃되는 바람에 시즌 두 번째 타점엔 실패했다.
‘맏형’ 추신수(37ㆍ텍사스)도 이날 금자탑을 쌓았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개인 통산 200홈런이다. 그는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전에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0-4로 뒤진 1회말 선두타자 홈런으로 대기록을 달성했다. 상대 선발 딜런 번디의 2구째 시속 147㎞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425피트(약 129.5m)짜리 시즌 11호, 통산 200호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5월 27일 캔자스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마쓰이 히데키(175홈런)를 넘어선 이후 1년 여 만에 완성한 숫자 200이다. 2년 차인 2006년 클리블랜드에서 첫 홈런을 친 이래 12년 10개월, 4,694일 만에 달성했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팀 내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추신수는 나이를 들수록 완숙미를 더하고 있다. 2008년 14홈런을 기록했고, 2009년 20개, 2010년 22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30대에 접어든 2013년 신시내티에서 21홈런을 쳤고, 텍사스로 옮긴 뒤에도 22개(2015년), 22개(2017년), 21개(2018년)를 꾸준히 터뜨리며 장타와 교타를 겸비한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0개의 홈런 중 1회 선두 타자 홈런이 30개, 동점 홈런이 19개, 팀에 리드를 안긴 홈런이 69개다. 끝내기 홈런도 3번 있다. 솔로 홈런이 131개로 가장 많았고, 투런포가 46개, 3점홈런은 19개였다. 만루홈런도 4개나 쳤다.
이날 추신수는 5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 2득점을 올렸고, 시즌 타율도 0.302(212타수 64안타)로 올랐다. 텍사스는 5-12로 뒤진 9회말 놀라운 대추격전을 벌였지만 11-12로 패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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