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아닌 ‘기립성 저혈압’인 경우 많아… 수분 자주 섭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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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직장인 김모(48)씨는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어지러움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 주말에는 운동화 신발 끈을 묶다가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기까지 했다. 40대 초반 고혈압 진단을 받은 후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혈압을 관리하고 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알 수 없어 김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날이 더워지면서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심하면 기절까지 하는 이들이 있어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렇게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경험하면 빈혈을 의심하지만 ‘기립성(자세성) 저혈압’일 경우가 많다.

기립성 저혈압은 부교감신경과 미주신경 등 혈압을 관리하는 신경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기립성 저혈압환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의영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압이 낮아지면 경동맥(목동맥)에 있는 혈압관리센서가 반응해 뇌에 있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억제시켜 낮아진 혈압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한다”며 “신경기능 쇠퇴와 함께 선천적으로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도 기립성 저혈압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만성 고혈압 환자는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박상민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혈관과 심장기능이 떨어져 뇌에 피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자세를 구부리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경우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약 복용으로 인해 혈압이 낮아져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 증세가 있다면 주치의 상담을 통해 복용하고 있는 혈압약 용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며 “일부 전립성비대증 치료제에 혈압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있어, 전립성비대증을 앓고 있는 고령 남성들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립성 저혈압 여부는 가정에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가정에서 의자에 앉아 혈압을 잰 후 다시 일어서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차이가 나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인들의 경우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해 낙상을 할 경우 골절 등 2차 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반드시 기립성 저혈압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없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하루 1L 정도 물을 충분히 마시면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흥식 고려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진 환자들은 중력에 의한 역행이 사라져 오히려 낮은 혈압으로도 뇌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급하게 일으켜 세우지 말고 천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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