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특히 이 부사장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영장에 같이 이름을 올린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에 대해선 "범행에 가담한 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 주거 및 가족 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삼성 수뇌부와 함께 회의를 열고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회의 이후 사업지원 TF와 바이오로직스,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진행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부사장 등은 삼성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소속 출신이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작업을 주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달 24일 비슷한 혐의로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부사장과 같은 회사 박모 인사팀 부사장을 이미 구속한 바 있다.
부사장급에 대한 구속 수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임에 따라 윗선 규명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안 부사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의 결단이 내려지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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