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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2500대 타워크레인… 전국 건설현장 ‘올스톱’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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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2500대 타워크레인… 전국 건설현장 ‘올스톱’ 초비상

입력
2019.06.05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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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가화땐 거액 지체 보상금 등 손실 클 듯… 국토부 “소형 폐지는 수용 불가” 

4일 오전 서울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의 대형 타워 크레인과 인근 교회 공사현장의 소형타워크레인(왼쪽 첫 번째). 홍윤기 인턴기자
4일 오전 서울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의 대형 타워 크레인과 인근 교회 공사현장의 소형타워크레인(왼쪽 첫 번째). 홍윤기 인턴기자

4일 대구 수성구의 A아파트 건설현장. 전날까지만 해도 공사에 한창이던 타워크레인은 몸체를 따라 내걸린 현수막과 함께 노동자들의 고공 점거 농성장으로 돌변했다. 이날 34.3도까지 올라간 폭염 속에서도 노조원들의 모습은 비장해 보였다. 전날 일과 이후부터 고공 농성에 들어간 일부 노조원들은 동료들이 올려준 생수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광경은 타워크레인이 있는 대구ㆍ경북 지역내 38개 현장에서도 눈에 띄었다.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대체 기사를 쓰려고 해도 노조원들이 조종석을 점거 중이어서 속수무책”이라며 “장기화하면 다른 공정도 차질이 불가피해 거액의 지체 보상금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전국에서 벌어진 파업 

타워크레인 양대 노조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이날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서의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 가동 중인 타워크레인 3,000대 중 2,500대(경찰 추산 1,600대)가 멈춰섰다.

이날 경기 수원시 고등동의 B아파트 공사현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허공을 가로질러야 할 18대의 타워크레인은 동작을 멈췄고 ‘소형 크레인 철폐’ ‘임금인상’ 등이 적힌 현수막만 바람에 휘날렸다. 18대의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1명씩 자리한 노조원들은 이틀에서 일주일 분량의 비상식량을 들고 올라간 상태다. 경기 지역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한 규모는 167개 현장 타워크레인 714대로 집계됐다.

인천과 경기 부천시, 김포시 127곳의 공사 현장에서 가동 중단된 타워크레인은 모두 241대에 달했다. 전북지역 역시 양대 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전주와 익산, 군산 지역 건설현장의 84개 타워크레인 가운데 80개를 점거한 상태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양대 노총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선 전날 오후 5시부터 도내 4개 공사장에서 14명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커지는 피해 우려 

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 없이 며칠은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 파업이 길어지면 크레인을 이용한 자재 이동과 골조 공사가 불가능해져 후속 공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노조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체인력 투입 등 노조를 자극할 조치를 자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단기간 파업은 공정관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장기화했을 때가 문제”라며 “공기 지연에 따른 원가 상승은 물론, 아파트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보상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은 임금 인상과 더불어 소형 무인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까지 요구 사항이어서 자칫 무기한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비상대책반 운영에 들어갔다. 대책반은 전국 발주청에 파업에 따른 현장점거와 대체인력ㆍ장비 투입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특별 관리를 지시했고, 공정 차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요구에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차원에서 규격 기준, 조종사 자격 관리, 안전장치 등을 강화하는 방향의 관련 대책을 이달 말께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 등 사업자가 소형을 사용할지, 대형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며 “소형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조종사들도 노조에만 가입돼 있지 않을 뿐 근로자들인 만큼, 그들의 일자리를 정부가 임의로 빼앗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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