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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뇌물죄’ 반쪽 기소… 성범죄ㆍ수사외압 못 밝힌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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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뇌물죄’ 반쪽 기소… 성범죄ㆍ수사외압 못 밝힌 검찰

입력
2019.06.04 18:47
수정
2019.06.04 20: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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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천 강간치상 기소… 한상대 前총장 등 스폰서 의혹 증거 부족 

 6년 만의 재수사도 맹탕 결론… ‘제식구 감싸기’ 비판 목소리 


/그림 1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건설업자에게 성접대를 받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정에 서게 됐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등장한 지 6년만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고 핵심 관련자들이 입을 다문 탓에 성범죄 혐의 등에서는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나 검찰 고위관계자를 상대로 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스폰서 의혹 역시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배제됐다.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했지만 범죄의 단서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출신 인사들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윤씨 등 사업가(스폰서)들로부터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관의 뇌물액에는 최소 13회에 걸쳐 윤씨로부터 받은 성접대와 향응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2006~2007년 강원 원주시 별장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등지에서 받은 성접대를 ‘뇌물의 일부’라 판단했을 뿐 강제적 성관계의 공범으로까지 보지는 않았다.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윤씨만 피해 여성 이모씨를 성폭행해 정신적 충격을 가한 혐의(강간치상)로 기소됐을 뿐이다.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에 임명되던 2013년 3월 전후 당시 청와대가 초동수사에 나선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부분도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단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로부터 2013년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경찰 지휘라인을 좌천시킨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민정수석)과 이중희 변호사(당시 민정비서관)을 수사하라는 권고를 받았으나, 두 사람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사위 면담에서 외압이 있었음을 지적한 청와대 직원을 조사했으나, 그 직원은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경찰청장 등 경찰 간부진이 바뀐 것 역시 통상적인 인사였을 뿐 청와대의 외압에 따른 부당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한상대 전 총장, 윤갑근 고검장 등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의 스폰서 의혹을 수사하라는 과거사위의 권고에 대해서도 검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윤씨가 연루된 한방천하 사건의) 수사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이 한 전 총장 개입을 모두 부인했고, 윤 전 고검장 관련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의 운전기사 역시 검찰 조사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스폰서 의혹 발표의 근거를 삼은 제보자들을 모두 조사했으나, 그런 진술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김학의 사건의 각종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김학의 사건의 각종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김경진기자

김 전 차관에게 2013년(1차수사), 2014년(2차수사)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 수사팀 역시 기소를 면했다. 수사단은 “전현직 검사 8명을 조사하고 검찰 청사를 압수해 수사팀이 썼던 컴퓨터 등을 확인했지만, 부당한 외압이나 직권남용(봐주기) 의혹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단장인 여환섭 검사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은 공소시효가 끝나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지난 6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학의 사건’은 △김 전 차관이 뇌물죄로 기소되고 △윤씨가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선에서 모든 수사가 마무리된 셈이다. 김 전 차관 이외에도 고위공무원, 의사, 사업가 등 10여명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이번 수사에서 처음 확인됐으나 이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세 번째 수사마저 증거부족,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줄줄이 무혐의로 결론 나면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다각도로 수사를 했지만 공소시효 등의 장벽을 넘을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선 두 차례 수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면 공소시효와 증거 확보 등의 문제에 봉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참여연대는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 과거사위가 수사를 촉구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표된 중간 수사 결과에서 김 전 차관과 윤씨만 기소됐다”면서 “검찰 조직과 검사가 연루된 범죄를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는 셀프수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검찰 수사와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던 과거사위와 관련한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장, 윤 전 고검장 등이 이미 스폰서 의혹을 제기한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고,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이번 수사가 정권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음을 주장하고 있다. 직권남용 부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곽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의혹을 제기한 저를 죽이기 위해 경찰, 청와대, 법무부가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모두 드러났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결정에 불만을 숨기지 않은 검찰 내 반발 기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진상조사단(과거사위 실행기구)는 직권남용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것을 알고도 당시 검찰 수사팀의 봐주기 수사 의혹 권고를 하는 등 언론 플레이만 해 왔다”며 "김학의 수사단이 발로 뛰어 발굴한 뇌물 부분을 제외하면, 진상조사단이 거창하게 실명까지 거론하며 수사를 촉구한 모든 의혹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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