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수사서도 이상득 측 수령 증거 못 찾아 의혹 규명 실패
신한금융지주 측이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이 결국 미궁에 빠지게 됐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로 이뤄진 세 번째 수사에서도 이 전 의원의 수수 여부를 비롯한 사건의 실체 규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2008년 대선 직후 은행장 비서실장 등이 3억원을 남산 자유센터주차장으로 가져가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수령자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4일 발표했다. 검찰은 당선축하금의 전달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지 못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의 재수사 권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검찰은 먼저 2008년 2월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이었던 이백순 전 행장 지시로 박모 신한은행 비서실장 등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이 전 행장이 지정한 차량에 전달한 사실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비서실장 등이 ‘받은 사람의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이 전 의원과 이 전 행장 측은 사실 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과 2012년 당시 신한 사태 수사를 맡았던 검찰이 뇌물 혐의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과거사위 판단에 대해서도 “수사미진으로 볼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과거사위는 이 전 행장의 통화내역을 확인하면 수령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당시는 사건발생으로부터 2년반이 지나 통화내역조회가 불가능했고,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돼 확인이 곤란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위증 혐의로 수사를 권고한 신한금융의 전ㆍ현직 임직원 10명 중에는 이백순 전 행장만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행장에 대해 “‘남산 3억원’ 전달에 주도적으로 개입했음에도 침묵해 불법행위와 관련자들을 계속 비호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행정에게 돈 전달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라응찬 전 회장이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은 증거 부족이나 관련자 진술번복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신상훈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직 비서실장 세 명도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었던 경영자문료에 대해 “신 전 사장이 비서실을 통해 전적으로 관리, 집행한 자금이었음에도 이희건 당시 신한금융 명예회장이 사용한 것처럼 조직적으로 말을 맞추고 사용내역을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신 전 사장에 대한 거짓 고소를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 전 사장이 비서실을 중심으로 경영자문료의 조성 경위 등에 대해 거짓 진술을 모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결론은 과거사위 권고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수사 권고 당시 신 전 사장이 산한금융 경영권 분쟁사태의 피해자로 보고 신 전 사장에 대한 위증 혐의는 권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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