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민에게 부와 행복을 가져다 줄 우정과 신뢰의 대교다. “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다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양국이 우의를 과시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와중에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중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반대전선을 구축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중국 동북지역 헤이룽장(黑龍江)성 헤이허(黑河)시와 러시아 극동지역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를 잇는 다리의 상판이 지난달 31일 연결됐다고 중국일보와 러시아 시베리안타임스 등 양국 언론이 4일 전했다. 길이는 1㎞ 남짓에 불과하지만, 올해 수교 70주년을 맞은 양국을 잇는 첫 다리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 북극 개발부 장관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다리는 내년 4월 개통된다.
이로써 양국은 접경지역의 관광과 교류, 수출입 가속화에 기여할 새로운 국제 수송로를 확보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간 개방의 문을 열어 두 도시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양국의 경제 발전에도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다리 건설로 내년 인원 교류는 140만명, 화물 운송량은 300만톤으로 늘어 현재보다 각각 2배와 10배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특히 시 주석이 명운을 내건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동쪽 변방으로 확장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또 러시아를 확실히 중국과의 무역 네트워크에 붙잡아두는 효과도 있다.
러시아도 기대감이 크다. 바실리 올로프 아무르 주지사는 “지난해 아무르의 콩 40%가 중국으로 수출됐다”며 “새로 확보한 수송로는 아무르의 수출 잠재력을 끌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두 수출 제한 카드까지 꺼낸 상황에서 콩 수입로를 확보해 중국의 숨통을 틔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아브자로프 러시아 전략평가센터장은 “다리 건설로 중국과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을 강화해 러시아 극동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간 교역량은 2017년 대비 27% 늘어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돌파했다. 미국이 중국을 때릴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공조를 강화하며 더 밀착하는 양상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