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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 열풍에 멍드는 교육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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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ㆍ재건축 열풍에 멍드는 교육환경

입력
2019.07.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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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난개발이 초래한 학교대란

 수성구서 중ㆍ동구로 확산… 콩나물교실ㆍ원거리통학 심화 

대구지역에 재개발ㆍ재건축 열풍이 거세다. 노후불량주택 정비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난개발로 인한 학생수용 문제 등 교육여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난개발 실태와 교육여건 악화 등 부작용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대구 수성구 범어4동 경동초등학교 학생들이 2일 오전 줄지어 등교하고 있다. 일부 학년은 학급당 40명에 육박할 정도로 과밀학교이지만 인근에 재개발ㆍ재건축이 잇따르고 있어 학생 수용 대란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 수성구 범어4동 경동초등학교 학생들이 2일 오전 줄지어 등교하고 있다. 일부 학년은 학급당 40명에 육박할 정도로 과밀학교이지만 인근에 재개발ㆍ재건축이 잇따르고 있어 학생 수용 대란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whitekmg@hankookilbo.com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지역 재개발ㆍ재건축 광풍이 몰아치면서 학교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수용능력을 무시한 난개발로 콩나물교실, 거대학교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상 최대 개발 열풍 

대구시에 따르면 6월 현재 대구지역에서 2003년 이후 지정된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는 모두 230곳. 이 중 41곳은 입주를 마쳤고 55개 단지는 한창 공사 중이다. 또 25개 단지는 재개발ㆍ재건축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놓고 이주와 철거, 착공을 준비 중이다.

지역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민영 시행 바람이 불었던 2000년대 초ㆍ중반보다 더한, 대구 사상 최대의 개발열풍이 부는 것 같다”며 “정부의 부동산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대구지역 집값이 개발열기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공동주택 개발 사업은 도시철도 2호선을 중심으로 수성구 범어ㆍ만촌동에서 중구 남산동 일대 등 특정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 교육여건이 악화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한 반에 40명 넘는 초등학교 초읽기 

일찌감치 과밀ㆍ거대학교의 대명사가 된 수성구 범어4동 경동초등학교. 일부 학년은 1학급당 40명에 육박하는 콩나물교실이지만 과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1983년 16학급(921명)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연간 출생아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현재 54학급 1,871명에 이른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도 34.6명으로 대구지역 평균 24.2명보다 10명 이상 많다. 4학년은 평균 38.6명에 이른다.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밀집한데다 선호 중ㆍ고 배정을 위해 매년 200~300명이 전학을 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학교 주변에는 범어풀비체2차 등 재개발에다 을지맨션 범어목련 수성우방2차 가든하이츠 등 9개 아파트단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사업계획에 따라 늘어나게 될 가구는 적게는 1,111가구에서 많게는 3,195가구에 이른다. 다른 지역보다 학군 수요에 따른 전입세대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1,000~1,500명의 초등생이 새로 유입할 수도 있다. 이대로 개발이 추진된다면 초등학교 신설이나 증설이 불가능한 만큼 원거리 통학은 물론 극단적으로 학급당 40명이 훨씬 넘는 1980년대 교실이 재현될 수도 있어 보인다.

경동 보다는 덜하지만 만촌3동 대청초, 범어3동 동천초, 범어1동 동도초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학교는 한때 학생수 감소로 남는 교실을 철거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증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했다.

 학교 탓 개발사업 발목 민원 쇄도 

동천초등은 2018년 34학급을 48학급으로 개축했지만 올 연말 범어센트럴푸르지오에 이어 이 학교 북쪽 힐스테이트센트럴이 입주하는 2021년에는 53학급으로 확대편성해도 학급당 30명이 넘을 전망이다. 또 이 학교 통학구역 안인 대구MBC와 그 주변, 동대구로 서쪽 주택가도 대부분 재개발ㆍ재건축을 추진 중이어서 학교 대란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동천초등 통학구역 안에서만 추가개발이 추진 중인 곳은 모두 9곳이다. 시교육청은 모두 ‘적정배치 불가’ 의견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의 시교육청 항의방문도 일상사가 되고 있다.

특정 학교가 과밀화하면서 인근 학교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성구 만촌동 일부 지역은 도로를 따라 1.5㎞ 이내에 경동초등학교가 있지만 2.5㎞나 떨어진 대청으로 통학하고 있다. 초등생들이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노선버스도 불편해 학부모가 태워주거나 학원버스로 통학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학생수용 대란은 중구 동구로 확산하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붐이 일고 있는 중구 남산동 일대와 동구 신천동 지역도 한계치에 달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학생수용 협의에 동의했지만, 앞으로 추가 개발 현장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며 “돈이 있어도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불허하는데다, 땅값이 너무 비싸 부지 확보도 어렵고기존 학교 증개축도 한계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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