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황교안 리더십 우려"…홍준표 "野, 이제 탄핵 잊을 때"
유시민 “이승만ㆍ박정희 자유를 탄압”… 홍준표 “과오만 보고 단죄하면 안돼”
각자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공개 토론을 벌이고 그 내용을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다. 유 이사장의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홍 전 대표의 ‘TV홍카콜라’를 조합해 이날 토론은 ‘홍카레오’라고 이름 지었다. 두 사람은 초반 야권의 리더십 문제를 놓고 묘한 공감대를 이뤘고, 홍 전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 과정을 회상하며 “소위 민주당 지지층은 정치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결국은 그 중에서 나는 노무현 후보가 될 걸로 봤었다”며 훈훈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보수와 진보’ ‘북한 문제’ 등 토론 주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자 서로의 생각을 거침없이 교환했다.
두 사람은 토론 시작 초반 서로에 대한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홍 전 대표는 “오늘 유 장관(유 이사장)하고 토론해 이기려고 나온 게 아니다. 지금 상황이 해방직후의 좌익우익 혼란 상황보다 더 극심하다고 본다”며 “유 장관이 좌파 진영의 대가다. 그래서 제가 유 장관 말씀을 들으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각자 자기 견해를 얘기하는 권리를 존중해주기만 하면 그게 통합”이라며 “정부 수립 이후 70년이 지나오면서 굉장히 많이 발전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권의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 이사장은 “여야, 보수, 좌우, 진보가 균형을 이뤄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나”라며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몇십년 전에 본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홍 전 대표는 ‘야권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라는 유 이사장의 이어진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국 보수우파 진영이 궤멸 상태까지 오게 된 배경은 탄핵”이라며 “지금도 보수우파는 탄핵을 두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힘을 합해도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여력이 안 생기는데, 서로서로 물어뜯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홍 전 대표는 “이제 탄핵 때 어떻게 했다고 논쟁하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재인 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좌파독재’ 프레임에 대해서도 홍 전 대표는 비판을 했다. 유 이사장이 “진보가 자유를 억압한 적은 없지 않나. 좌파독재는 너무 나갔다”고 발언하자, 홍 전 대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좌파독재보다는 좌파광풍이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독재정권은 우파 쪽에서 했지 않냐”면서 “그래서 한국당이 좌파독재라는 말은 부적절하다”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정치 일선에선 물러나 있지만 진보와 보수의 대표 주자답게 이념적인 가치 판단이 작용하는 세부 주제에 있어선 각자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 특히 정치ㆍ안보 주제에 대해선 양보 없는 토론을 벌였다. ‘보수와 진보’라는 주제가 나오자 홍 전 대표는 “보수의 기본 가치는 자유이고, 진보의 기본 가치는 평등”이라며 “그것을 서로 조화시키고 양립하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보수 쪽에서 자기들이 집권할 때 개인의 자유를 제약했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원하게 인정하고 지금 확실하게 자유의 가치를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나는 지금까지 대학 시절 유인물 써주다 중앙정보부 끌려갔다는 얘기를 공개 석상에서 안 한다”며 “그것을 훈장처럼 달고 평생 그 훈장 갖고 우려먹으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맞받았다.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달리했다.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 “보수우파에 있는 분들이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나. 그러나 그분들은 자유를 탄압한 분들”이라고 지적하자 “자유를 제한했다는 측면에서는 받아들인다”면서도 “정권의 운영과정에서 공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느) 한 부분을 보고 (과거)정부를 단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한반도 비핵화 해법과 관련한 토론에선 특히 두 사람의 의견이 극단으로 갈렸다. 유 이사장은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된다면 북한이 굳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지금도 북한 권력층을 완전 비이성적이고 괴물 같은 집단으로 보면 해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이런 (북한의) 체제가 보장의 가치가 있는 체제인가”라고 반박하면서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 체제는 바로 무너진다”며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 과정에선 양 진영의 대권 주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유 이사장은 ‘여권 잠룡’에 대해 “현재 (대권 도전의) 의사를 가진 분들이 한 10여명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본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홍 전 대표는 “나는 패전투수가 돼서 불펜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주전 투수가 잘하면 불펜 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지만, 못 하면 불펜에서 또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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