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왜 평택을 고집하나
당초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가 가기로 돼 있던 곳은 서울 용산 국방부 영내다. 어차피 용산 미군기지가 2021년 말까지 경기 평택시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해야 하는 만큼 연합사의 선택지는 따라가느냐, 서울에 남느냐였다. 서울에서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와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연합방위체제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연합사가 용산에서 차로 1시간 반이나 걸리는 평택으로 가버리면 유사시 한미 간 의사 소통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차라리 더 가까운 국방부 영내에 연합방위 핵심부를 집중시키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양국 국방장관 간 합의가 이뤄진 건 2017년 10월이다.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구두로 합의한 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연합사령관이 그 해 말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퇴임 직전인 지난해 11월까지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국 국방부와 합참이 있는 국방부 영내에 연합사가 함께 자리할 경우 한미 동맹의 군사적 역량이 한곳에 집중된다”며 연합사 서울 잔류의 장점을 부각했다.
미측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11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현 연합사령관이 부임하면서 뒤집혔다. 올 1월 국방부 영내 연합사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던 합참 청사와 합참 산하 전쟁모의센터(JWSC), 국방부 시설본부 및 근무지원단 건물 등을 둘러본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곧바로 ‘평택기지 이전안’을 국방부에 제시했다고 한다.
미군이 평택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근무 여건이다. 일단 연합사가 국방부 영내로 들어가면 미군 참모와 가족들이 용산 인근에 살아야 하는데 그럴 경우 관사를 마련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미군 가족이 사용할 아파트 관사의 면적은 가족당 최소 25평(82.6㎡)는 돼야 한다는 게 우리 군 예상이다. 행여 연합사의 미군 참모들이 평택 관사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런 조건이 우수한 미군 자원으로 하여금 한국 근무를 기피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군과 가족들이 사용할 슈퍼마켓이나 병원, 학교 등 편의 시설이 국방부 인근보다 평택 미군기지가 훨씬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미군이 연합사를 평택으로 옮기려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군으로서는 작전 환경도 평택 쪽이 더 낫다. 현재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는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고, 미 2사단 및 한미연합사단 본부도 있다. 기획ㆍ작전 등 연합사의 핵심 참모를 주로 주한미군사령부 참모가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사와 주한미군, 8군사령부 간 유기적 협조체계가 ‘평택 연합사’일 때 더 잘 유지될 수 있다. 국방부 영내에 연합사가 자리할 경우 이런 장점이 사라질 뿐 아니라 하와이 소재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일미군사령부,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등을 연결하는 지휘통신(C4I) 체계를 국방부 영내 건물에 별도로 구축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건 물론 보안 수준이 미군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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