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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인구대국은 옛말… 중국 “난자 동결 허용할까” 고심

입력
2019.06.09 15:00
수정
2019.06.09 18:5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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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두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액체 질소 탱크 안에 급속 냉동시킨 난자 보관용기를 꺼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청두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액체 질소 탱크 안에 급속 냉동시킨 난자 보관용기를 꺼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제 난자를 얼리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안에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할 거에요.”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차이줘옌(蔡卓姸ㆍ37)이 지난달 중국 여성들의 마음 속에 불을 지폈다.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좀체 꺼내기 어려웠던 민감한 문제를 앞장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나이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유명 연예인의 소신 있는 ‘커밍 아웃’에 대중은 열광했고, 수면 아래에서 꿈틀대던 난자 동결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과거 중국의 다른 연예인들도 이 같은 폭탄 선언으로 반짝 세간의 주목을 받긴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결혼이 갈수록 늦어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면서 세계 최대 인구대국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탓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신생아는 2016년 2,300만명에서 2017년 1,723만명으로 600만명이 줄더니, 지난해 1,523만명으로 다시 200만명이 감소했다. 1961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15~49세 가임기 여성 수가 2033년까지 5,600만명 급감하는 ‘산모 절벽’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10년 후인 2029년에는 전체 인구도 줄어드는 ‘인구 절벽’이 시작돼 현재 14억명에서 2065년 11억7,000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게 중국 사회과학연구원의 분석이다. 2016년 1월부터 기존 1자녀 정책을 바꿔 2자녀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쌍 절벽’에 갇혀 아직은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출산율 감소에 고령화 추세까지 겹치면서 중국 전체가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난자 동결은 개인의 노이즈 마케팅이나 홍보 전략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로 부각된 셈이다.

중국에서 아사(阿S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차이줘옌. 올해 37살인 그는 최근 난자 동결 사실을 공개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한편, 그간 잠잠했던 민감한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며 중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바이두
중국에서 아사(阿Sa)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차이줘옌. 올해 37살인 그는 최근 난자 동결 사실을 공개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한편, 그간 잠잠했던 민감한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며 중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바이두

이에 상하이(上海)시는 지난 1월 “출산 연령 여성들을 위한 난자 동결 시설을 시범적으로 개설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혼인증명서, 신분증, 출생승인증명서를 소지한 불임 부부만 난자 동결이 허용된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인권보장 차원에서 “미혼 여성의 임신 선택권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선전하지만 난자 판매, 불법 대리모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 “난자 동결은 비윤리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가임기 여성들이 어지간해서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형편이다.

당국은 “아직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유보적 입장이다. 하지만 점차 난자 동결에 호의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당사자들은 기대에 부풀어있다. 36세의 한 여성 회사원은 관영 환구시보에 “30살 때부터 수소문했지만 워낙 고가인데다 믿을 만한 병원을 찾기 어려워 주저했다”며 “정부가 미혼 여성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다면 당장 난자 동결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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