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현장 항해 선장 “사고낸 선장, 추돌 후에야 무선채널서 횡설수설” 증언
다른 선박들은 사고 인지 못해 승객 빠진 지점을 감속도 안하고 지나
‘헝가리 유람선 참사’는 가해 선박인 대형 크루즈선의 ‘막가파식 운항’ 때문이었을 개연성이 짙어지고 있다. 야경투어 선박 밀집 지역에서 운항 규정을 무시하고 추월하려다 사고를 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해당 선박 선장이 사고 발생을 인지한 후에도 제대로 된 상황 전파나 적절한 구호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할 만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허블레아니호 침몰 당시 인근에서 다른 선박을 운행했던 졸탄 톨라니 선장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방송 TV2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선박인) 바이킹시긴호의 선장이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고 나서면서도 허블레아니호 선장에게 무선으로 추월 경고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당시 나는 무선 교전을 계속 듣고 있었는데 바이킹시긴호가 아무 경고 없이 허블레아니호에 다가가더니 들이받아 밑으로 가라앉게 했다”고 말했다. 다뉴브강 야경투어에 나서는 선박들은 공통으로 무전 채널 ‘10번’을 쓰고 있으며, 어느 두 선박 사이에 무전 교신이 진행되면 인근의 다른 선박들도 모두 들을 수 있다고 TV2는 전했다.
허블레아니호 운영사인 파노라마데크의 스턴코 어틸러 회장도 톨라니 선장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야경 투어를 위해 한 방향으로 많은 선박들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다른 배를 추월해서 운항하려면 두 배 사이에 교신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크루즈선이 이런 교신 없이 유람선을 추월하려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국이 바이킹시긴호의 교신 기록을 수거한 만큼 이 같은 사실을 이미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톨라니 선장은 또 “(바이킹시긴호의) 선장은 앞서가는 배를 추돌한 뒤에야 무전 통신에 들어왔는데 영어와 독일어, 러시아어를 한 문장에 섞어 쓰며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면서 “헝가리 선박의 안내를 듣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킹시긴호 선장이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적절한 초기 대응을 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허블레아니호는 추돌 후 7초만에 가라앉았지만 신고 접수는 10분이나 지나서였고, TV2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헝가리 경찰도 정확한 사고 시점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최근 공개된 당시 영상들에는 다른 대형 크루즈선이 항로 변경이나 감속 없이 한국인 승객들이 빠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지역을 지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바이킹시긴호가 사고 직후 직진했다가 후진해 허블레아니호 침몰 현장에 잠시 머물다 다시 빠져나가는 장면도 있고, 바삐 움직이던 바이킹시긴호 선원들이 구명조끼로 보이는 물체를 강으로 던지는 장면도 담겨 있다. 바이킹시긴호가 사고 상황을 초반부터 인지했으면서도 상황 전파나 인명 구조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 지점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헝가리 현지 매체 오리고(ORIGO)는 “부다페스트 해당 수역 교통신호 체계상 뒤따르는 선박은 앞서 있거나 나란히 가는 선박을 추월할 경우 반드시 무선으로 교신해야 하지만 가해 선박의 전자항해시스템과 조타실 기록에 그런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면서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이 바이킹시긴호 선장이 구속된 핵심 이유”라고 보도했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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