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희망 땐 70세 연장’ 추진… 신체능력ㆍ연금 지급 시기 등 논란
일본에선 법정 정년은 만 60세이지만 종업원이 희망하면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은 기업들에게 종업원들이 만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약직으로의 재고용 등 3가지 고용확보 조치 중 하나를 갖추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종업원 31인 이상 기업 15만6,999곳 중 만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갖춘 곳은 15만6,607곳(99.8%)에 달한다.
다만 기업들의 고용확보 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계약직으로 재고용 79.3% △정년 연장 18.1% △정년 폐지 2.6%였다. 대다수 일본 기업들이 정년 연장이나 폐지 대신에 정년 이후 계약직 전환 등으로 고용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 폐지나 연장 시 발생하는 인건비 부담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모든 종업원의 만 65세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지 않은 것도 기업 부담을 의식해서다. 기업들은 근로자가 만 55세에 도달하면 지금까지 동일한 임금 조건으로 정년(만 60세) 퇴직할지 아니면 다소 낮은 임금을 받고서라도 만 65세까지 계속 일할지를 선택하도록 묻는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의 인구 구조가 고령자 고용을 둘러싼 개인ㆍ기업ㆍ정부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만든 요인이다. 큰 사회적 갈등 없이 재고용ㆍ정년 연장 논의가 이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여력이 있는 개인들은 이직 걱정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용이나 정년 연장 조치를 환영한다. 저출산과 단카이세대(1차 베이비붐 세대ㆍ1947~1949년생)의 대규모 은퇴로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들도 새로운 제도에 긍정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0%가 훨씬 넘는 일본 정부는 연금 지급시기를 늦출 수 있어 복지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종업원이 희망하면 만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발표, 이를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013년에 마련된 3가지 방안에다 △창업 지원 △다른 기업으로의 재취업 지원 △프리랜서 활동자금 지원 △비영리단체(NPO) 활동자금 지원 등 4가지 방안을 추가했다. 당장은 ‘노력 의무’라고 표현, 기업이 이를 어겨도 제재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기업에게 의무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계약직 재고용의 경우 정년 이후 만 70세까지 저임금 상태의 고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정년 연장 또는 폐지할 경우엔 젊은 세대의 승진 기회를 뺏을 수 있다. 또 신체기능의 저하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다치는 고령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 신청자 중 4분의 1이 60세 이상 종업원이었다. 연금 수급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만 70세 고용이 의무화할 경우 연금 수급시기도 이에 따라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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