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새로운 충격 때문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향후 전망도 점점 나빠지게 될 것이다.”
국제금융 분야의 석학인 카르멘 라인하트(64)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3일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가 열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전히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내 기본 시나리오는 지속적인 경기 둔화나 침체는 아니라는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충격이 잇따르고 있어 세계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라인하트 교수는 ‘새로운 충격‘의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것을 들었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무역 분쟁과 무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며 “충격의 빈도와 강도를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고 볼 수 있고, 자연히 금융시장 위축의 강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전보다 비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역 불균형보다 거시적이고 정치경제적인 의제가 주안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충돌 초기에는 양측이 일정한 거래를 하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는 양측의 대화가 국가 안보나 기술과 같은 영역으로 번진 터라 더 이상 해결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양국과 깊은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라인하트 교수는 말했다. 그는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관세 부과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국이 관광과 같은 비무역 분야까지 장벽을 세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당연히 한국에도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기를 넘기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ㆍ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위기에 대응하기 전에 먼저 위기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효과가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장적 정책이 항상 옳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탈세계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화로 인한 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하강에 접어들었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각종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세계화와 자유시장 질서가 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까지 진행되는 한은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라인하트 교수는 국제금융 및 금융안정, 거시경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전 세계 금융위기 역사를 연구한 저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선진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무역성장률이 크게 감소하는 등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지만, 주요국의 공공부채 수준이 높고 정책금리는 지나치게 낮아 정책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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