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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 생산업체 유일하고 타 지역보다 비싼데도 예산 지원한다고”… ‘유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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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 생산업체 유일하고 타 지역보다 비싼데도 예산 지원한다고”… ‘유착 의혹’

입력
2019.06.04 10:47
수정
2019.06.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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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용 강철브러시, 보조금 이후 제품 가격 대폭 올린 정황도

한우들 사이로 경북지역에서 생산한 강철브러시가 보인다. 경북도 제공
한우들 사이로 경북지역에서 생산한 강철브러시가 보인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한우사육농가에 보조 지원하는 축산자재를 값비싼 특정제품으로 지정해 구매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 유착 의혹이 일고 있다. 보조금 지원 이후 제품 가격을 크게 올린 정황도 보여 축산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올 1월 울릉을 제외한 22개 시군에 ‘한우 스트레스완화용 강철브러시’ 지원사업을 통보했다. 브러시는 한우가 진드기에 물리거나 피부병 발생 등으로 가려워진 몸통을 스스로 긁을 수 있도록 축사 여러 곳에 설치하는 기자재이다.

도가 시군에 내려 보낸 지원 지침에 따르면 올해 1∼12월 강철브러시 1,200개를 개당 25만원(도비 18%, 시비 42% 자부담 40%), 총 3억원의 사업비로 도내 한우사육 농가에 지원한다.

문제는 ‘경북도에서 생산된 강철브러시만’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도내에서 강철브러시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 곳뿐이다.

더구나 이 제품은 예산에 가격을 짜맞춘 듯 개당 25만원에 판매하고 있어 유착의혹을 더하고 있다. 도내 온라인 판매망에는 크기가 조금 작은 강철브러시를 15만원에 팔고 있다. 보조금 받는 농가에는 가격을 올려 받는다는 정황이 짙은 대목이다.

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한우사육용 16만원짜리 강철브러시. 독자 제공
경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한우사육용 16만원짜리 강철브러시. 독자 제공

예천의 한우사육농민 A(47)씨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는 강철브러시는 성능이 차이가 없는데도 16만원이면 살 수 있다. 경북 제품 2개 살 돈이면 다른 비슷한 제품 3개를 구입할 수도 있는데 경북도가 높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지정한 것은 업체와 유착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경북도는 시군의 브러시 지원 개수를 농가의 신청을 받아 정하지 않고 사육농가 수에 따라 나누다 보니 농가 배분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시군별로는 상주가 140개로 가장 많고, 경주 120개 안동 100개, 영주 90개, 구미 영천 의성 예천 각 70개, 청송 영양 영덕 각 10개로 정했다.

이러다 보니 정작 배분 과정에서 배정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는 1개, 많게는 10개까지로 농가마다 들쑥날쑥이다. 영주시는 90개를 배정받았지만 정작 12농가에 나눠줬고, 예천군은 70개를 배정받아 33농가에 배분했다.

예천의 B(57)씨는 “브러시 지원사업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고, 영주의 C(54)씨는 “일반 시중에 유통되는 솔 브러시는 자부담액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도 살 수 있어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지역업체 제품 구매 취지는 공감하지만 특정업체를 지정하고 가격을 부풀려 예산낭비와 농가에 피해를 주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산농가 반발이 이어지자 경북도는 4일 경북지역 생산제품으로 제한한 지침을 해제하고 전국 생산제품 구매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시군에 내려 보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시군이 농가 배정을 마치고 구매까지 이어진 상황이어서 뒤늦은 조치로 보인다.

남진희 경북도 축산정책과장은 “강철브러시 생산업체가 지역에 한 곳뿐인 줄 몰랐고, 기초조사를 제대로 못한 점은 잘못이다. 기존 축산농가에서 쓰는 플라스틱류의 솔브러시 보다 내구성이 강하다는 이점 때문에 강철 제품을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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