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 직후
“지도부에 충성 경쟁” 해석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잇따른 설화에 황교안 대표가 3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심사일언(深思一言ㆍ깊이 생각하고 말하라) 해달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선교 사무총장이 회의실 밖 바닥에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대기하는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하고 있다”는 막말을 하면서 경고 효과는 10분도 채 가질 못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직후 황 대표에게 회의 결과를 묻기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아주 걸레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장 앞에 의자가 없어 노트북으로 발언 내용을 받아 치기 위해 바닥에 앉은 상태에서 황 대표에게 다가가는 기자들의 모습을 ‘걸레질’에 비유한 것이다.
황 대표는 불과 10분 전 비공개 회의에서 “요즘 우리 당의 거친 말 논란이 안타깝다”며 “불리한 언론 환경에서 자칫 ‘막말 프레임에 갇힐 수 있으니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사자성어처럼 발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저도 제 발언이 당의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 항상 삼사일언(三思一言),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가지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사무총장은 논란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발언은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유감을 표했다.
앞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의원ㆍ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면도 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며 현지에 신속대응팀을 급파한 문 대통령의 지시를 문제 삼아 논란이 됐었다.
한국당의 계속된 막말은 5ㆍ18 민주화운동 폄훼와 세월호 막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을 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며 정권을 향해 날을 세우는 황 대표와 “민주당이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잘못한 것 없다’고 땡깡을 쓰고 있다”며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당 소속 의원들의 충성경쟁의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 당시 “투쟁 과정에서 고소ㆍ고발을 당하면 공천에 가산점을 준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처럼, 날 선 언어로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면 공천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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