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부모에게 인계
지난 2일 인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 수일 만에 발견된 생후 7개월 된 젖먹이가 보름 전에도 집 밖에 혼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으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시 계도 조치만 하고 아이를 부모에게 인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주민은 “다른 집 문 밖에 세워져 있는 유모차에서 아기가 혼자 울고 있다. 집에는 인기척이 없다”고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A(18)양이 지난해 10월 출산한 딸 B(1)양을 유모차에 태운 채 집 밖에 방치한 사실을 확인하고 A양 아버지 C(21)씨를 불러 계도 조치를 한 뒤 B양을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B양 어머니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기가 어려웠다”라며 “아버지에게 재발 방지를 강력하게 경고를 한 뒤에 B양을 인계했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인계된 B양은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쯤 집에서 숨진 채 외할아버지에게 발견됐다. 종이 상자에 담긴 채 거실에 있었던 B양 양 손과 양 발, 머리에선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 이밖에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B양의 외할아버지는 경찰에서 “딸 부부와 연락이 되지 않아 가봤더니 손녀가 혼자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3일 오전 1시쯤 어머니 A양과 아버지 C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쯤 집에서 일어나 보니 딸이 숨져 있었다”라며 “전날(지난달 30일) 오후에 딸을 재우고 마트에 갔다 오니 딸 몸에 집에서 키우는 개가 할퀸 자국이 있어 연고를 발라주고 분유를 먹여 재웠다”고 진술했다. A양 부부는 생후 8개월 된 시베리안 허스키와 5살 된 몰티즈를 집에서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경찰에서 숨진 딸을 집에 방치한 이유에 대해 “무섭고 병원 갈 돈이 없었다”라며 “(딸이 숨진 뒤) 아내를 친구 집에 보내고 나도 친구 집으로 가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C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으며 A양은 무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부가 우울증 등을 겪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양 부부가 B양을 학대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과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벌인 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숨진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는데, 이르면 내일 1차 구두 소견이 나올 예정”이라며 “영아 돌연사 등의 가능성도 있어 사인을 우선 파악한 뒤에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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