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경영참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에도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투자 참여자를 비롯한 펀드 운용 내역이 드러나게 되는 기업결합신고의 지분율 기준인 15% 선까지 넘어서면서 공격적 지분 확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성부 펀드는 지난달 29일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늘렸다. 올해 3월 한진칼 주총이 진행될 때 지분율이 10.71%였는데, 이후로 약 300만주를 더 사들인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신고 대상에 편입되는 지분율 기준인 15%를 과감히 넘어선 것을 두고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진칼과 같은 상장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식 추가 매입으로 최다출자자 지위에 오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강성부 펀드의 보유 지분은 최근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율(17.84%)보다 적지만, 조 전 회장의 지분이 가족에게 분산 상속되면서 최대주주에 올라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강성부 펀드가 실제 신고 대상이 될 경우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공개돼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 한진그룹 측에서 펀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회유 작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성부 펀드가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마지노선’을 넘은 이유를 두고 한진칼 최대주주 지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주총 당시 조 전 회장에 이은 2대 주주였는데도, 한진 측이 상정한 안건(석태수 사내이사 재선임, 재무제표 및 현금배당 승인)의 통과를 막지 못하자 지분을 보다 공격적으로 늘려야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강성부 펀드의 신민석 부대표는 주총 표대결에서 패한 뒤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 거 같아 아쉽지만 앞으로도 주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겠다”며 경영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성부 펀드의 공격적 지분 매집이 가능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펀드의 행보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조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 구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강성부 펀드의 강공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가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발생할 경우 외부 대주주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을 다 합쳐도 강성부 펀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로 강성부 펀드와 채 2%포인트 차이도 안 나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도 28.95% 수준이다.
일각에선 강성부 펀드가 조만간 경영 참여를 위한 임시 주총을 열 가능성이 제기한다. 주총 소집을 위한 지분 보유 기준(지분율 3% 이상, 6개월 보유)을 충족한 만큼 조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비게 된 사내이사 자리를 강성부 펀드가 차지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강성부 펀드가 내년 한진칼 정기 주총 전에 사내 이사를 한 명 앉히면 영향력이 월등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성부 펀드는 조직 전반을 확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신규 사업으로 신설하고 부문별 대표를 선임했다. 지난해 9월 승계 이슈가 발생한 통신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스 경영권을 사들여 주가를 52%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면서 펀드 몸집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도 나섰다. 이 펀드는 환경(Environment), 사회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의 우수 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ESG 투자’를 맡는다. 강성부 펀드 측은 “ESG 요소를 바탕으로 국내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전세계 금융투자를 주도하는 각국 국부펀드 및 연기금들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