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2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미국보수연합(ACU)이 주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2019’ 행사에 참석, 연설에 앞서 성조기를 꼭 껴안고 있다. AP=연합뉴스

3월 초 재미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주요 언론에 일제히 실렸다. 트럼프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라는 집회에 참석, 어린아이 마냥 성조기를 꼭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이 집회는 보수우파 연합체로 공화당을 좌지우지하는 미국보수연합(ACU)의 연례 행사로, 공화당 출신 대통령과 상ㆍ하원 의원, 지지자들이 자비로 대거 참석해 ‘보수진영의 슈퍼볼’로 불린다. 김정은과의 ‘하노이 노딜’에서 돌아온 트럼프가 곧바로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이 행사를 찾아 2시간 이상 연설하며 우스꽝스런 ‘자뻑’ 장면까지 연출했으니 ACU의 위세를 알 만하다.

□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자유회의 등 50여개 보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한국보수연합(Korean Conservative CoalionㆍKCC)’ 출범식 및 ‘한미 자유우호의 밤’ 행사가 열렸다. ACU의 댄 슈나이더 상임이사 등 국내외 저명 보수인사를 초청한 행사에서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KCC의 출범을 알리며 ACU와 연대해 한국판 CPAC를 개최할 뜻을 비쳤다. ACU의 명성과 노하우를 차용해 보수세력 결집, 한미동맹과 자유시장경제 등 보수 어젠다 확산으로 보수 집권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 이날 행사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KCC의 향후 활동 지속성과 영향력을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KCC가 ACU처럼 보수정당 집권을 통한 보수 철학과 가치의 실현과 확장,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입증하겠다고 한 만큼 향후 역할과 지향은 한국당과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다. 늙고 낡은 이익집단 이미지가 강한 한국당 입장에서도 KCC가 ACU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수성향 단체와 젊은 지도자를 양지로 끌어내 육성하는 기능을 맡아준다면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

□ 마침 한국당이 ‘차세대 브랜드위원회’와 청년정책센터 발족 등 개혁 프로젝트를 가동해 흥미롭다. “보수정당 본연의 모습을 찾고 젊은 세대가 한국당을 바라보는 ‘꼰대’ 관점을 바꿔 나가겠다”(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는 취지다. 출판ㆍ토크쇼ㆍ현장미팅 등 다양한 행사로 ‘유능과 안정’을 보수 브랜드로 각인시키고 20~30대층에서 차세대 ‘보수 전사’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집토끼만 찾는 황교안식 뻗대기 정치의 한계를 체감한 탓일 게다. 자체 개혁이든 미국 보수 수입이든, 한국당은 발버둥쳐야 기회를 잡는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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