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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국방, 싱가포르서 신경전… 무역 이어 안보 대립각

입력
2019.06.02 18:49
수정
2019.06.02 23:4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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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너핸“이웃나라 주권 침해 멈춰야” 中 정조준

웨이 “中서 대만 쪼개려 하면 싸울 수밖에”

31일 싱가포르에 샹그릴라 호텔에서 패트릭 섀너핸(왼쪽) 미 국방장관 대행과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31일 싱가포르에 샹그릴라 호텔에서 패트릭 섀너핸(왼쪽) 미 국방장관 대행과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AP 뉴시스

맞불에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증폭되고 있는 미중간 무역전쟁 불꽃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장으로 튀었다. 중국이 8년만에 국방 수장을 파견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예고되긴 했지만, 설전은 예상보다 노골적이고 거칠었다. 지켜보던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고래 싸움’이 지역 안정에 최대 걸림돌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포문을 먼저 연 곳은 미국. 2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말레이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전날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이웃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불신을 유발하는 일을 즉각 그만두라”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그는 또 “그 어떤 나라도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지배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며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군사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섀너핸 대행은 “상대방이 군사력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말로 보다 높은 수위의 대중국 압박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선책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무인도에 대한 군사 기지화 작업에 열을 올리는 중국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섀너핸 대행이 이날 준비한 원고는 신문지면 4개면을 채울 수 있는 4,400단어 분량에 달했다.

미국 측 발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마친 중국은 이튿날인 2일 아침부터 반박 성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첫 발표자로 나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은 “남중국해 상황은 현재 안정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뒤 오히려 “외부에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반대 의사를 밝힌 뒤 “누구라도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 인민군은 싸울 수밖에 없다”며 양안 문제에서는 어떤 타협도 없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대만을 압박하면 할수록 미국을 중심으로 대만 지지세력이 커지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 문제를 놓고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양국간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웨이 부장은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들이 싸우길 원한다면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안보회의가 또다시 지구촌 양대 강국의 패권 경쟁 무대로 변질되자 이를 지켜보던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두 나라가 자중해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모하맛 사부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전세계가 고통받을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인도ㆍ태평양, 동남아 지역 안정에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는 외교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도 사랑하고, 중국도 좋아한다”는 말로 동남아 국가들이 처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싱가포르=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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