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박사 쿼터는 약 7%로 미미
고려대가 8월부터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에 따라 주요 사립대 중 처음으로 강사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공개채용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전임교원 채용에 버금가는 과도한 자격 요건과 신규 박사에 대한 인색한 할당으로 신진 학자들의 대학 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려대는 지난달 30일 강사 임용을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올해 2학기와 내년 1학기 서울ㆍ세종 캠퍼스에서 강의할 강사 1차 모집에 나섰다. 이번에 모집하는 강의는 서울캠퍼스 957개, 세종캠퍼스 361개로 총 1,318개다.
그간 강사 자리는 지도교수, 선배 등 학맥을 통해 물려받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해당 대학의 대학원 출신이 강의를 독점하거나 ‘교수-대학원생’의 권력 구조가 고착화하는 문제가 생기자, 8월 시행되는 강사법에는 공개채용을 통해서만 강사를 뽑도록 명문화했다.
고려대의 채용 절차는 2단계인데, 1차 기초평가에서는 지원자의 학력, 경력, 강의계획안을 보고, 2차 평가에서는 최근 3년간의 연구실적, 지원자가 제출한 교육철학기술서를 근거로 한 면접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공개되자 대학 안팎에서는 고려대가 강사 채용에 전임교원 수준의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진균 강사공대위 대변인은 “강사 대부분은 처우가 좋지 않아 강의 틈틈이 어렵게 공부하는 형편”이라며 “전임교원처럼 대학이 기본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강사 채용 시 논문실적 요구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고려대의 강사 채용 공고 이후, 강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강의계획서, 교수학습법에 대한 철학 레포트 등 결국 강사도 허울뿐인 자소서를 근사하게 써야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거나 “많은 학교를 출강하느라 논문을 거의 못썼는데 연구경력이 들어가면 더 어렵겠다”며 바뀐 채용 제도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호소하는 강사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갓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강의 경력을 쌓아야 하는 신진 학자들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대의 경우 1,318개 자리 중 6.75%인 89개만을 ‘학문 후속세대 우대’, 즉 신규 박사 쿼터로 명시했다. 강사를 임용하는 101개 학과(학부) 중 철학과, 사회학과, 일어일문학과, 통계학과 등 서울캠퍼스의 8개 학과만이 이에 해당한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모집인원 대비 학문 후속세대 우대 비율이 너무 낮고, 학과별 분포도 고르지 않다”며 “이 정도로는 ‘경력’이 없어 공개채용에 불리한 신규 박사들을 보호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강사법 운용 매뉴얼 시안에 ‘기준을 따로 설정해 박사학위 신규취득자 등에 대한 임용할당제를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학문 후속세대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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