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이슈 등에 사활… 서울~PK~서울 평일 당일치기도
부산ㆍ울산ㆍ경남(PK)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출근하면 수시로 항공기와 KTX 잔여좌석을 체크하는 게 일상업무가 됐다. 김포공항과 서울역으로 통하는 도로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해당 의원실 수행비서의 주요 업무다. 의원이 언제든 지역구에 내려갈 수 있도록 항시 대기하는 셈이다.
총선을 10개월 앞둔 요즘 민주당 PK 의원들의 지역구 이동은 평일과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주말을 지역구에서 보내는 건 물론, 평일 당일치기로 ‘서울-PK-서울’ 동선을 짜는 날도 늘고 있다. 오히려 이들에겐 국회가 열리지 않았던 지난 몇 달 동안 부산과 경남에 자주 내려갈 수 있는 기회였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도 지역구를 자주 방문하지만, PK 의원들의 행보는 더욱 도드라진다. 잦은 PK행은 작년 말부터 공론화된 PK내 민심 이반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연말 전까지 민심을 조금이라도 돌려놔야 (총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민심 회복 시기가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10석이던 PK 의석 수가 2~3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쉰다. 경쟁상대인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도 “이대로 가면 PK에서 한두 석만 빼놓고 모조리 되찾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민심의 ‘골든타임’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고 보는 만큼, 민주당 PK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대체로 ‘PK’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3선 중진이자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부산 진구갑)도 예외는 아니다. 내각에서 당으로 복귀한 후 그는 부산에서 살다시피 한다. 지난달 27일엔 국회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했고, 28일엔 지역구로 내려가 당원토론회를 열며 현지민심을 민감하게 청취했다. 30일엔 국회수소경제포럼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수소경제는 부산에서 관심을 갖는 지역사업이다. 주말을 지역구에서 보낸 점까지 고려하면 김 의원의 지난주 일정은 대부분 ‘부산’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PK 의원들은 연말 안에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며 부산을 염두에 둔 동남권 신공항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즉시 약효를 발휘하는데 이만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동남권 관문공항 보고회에는 PK 의원뿐 아니라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까지 참석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부산 출마 얘기를 꺼내는 것도 PK 민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절박한 분위기는 단순한 지역구 챙기기를 넘어 당과 진보진영 전체를 바라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차기 총선은 보수텃밭인 PK를 진영대결이 가능한 지역으로 바꿔 놓을지, 반대로 호남ㆍ수도권 정당으로 후퇴시킬지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부산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 심하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부산 의석수가 크게 감소할 경우 대통령의 국정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19대 총선 당시 ‘낙동강 벨트 바람’을 일으키며 어렵게 다진 지역기반이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이나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등 비판여론에도 주요 기관 고위직 인사 때 부산 인맥들이 빠지지 않는 것도 지역민심을 고려한 것이란 관측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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