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돌 후 사고지점 뒤로 돌아와 20초간 완전 정지 후 다시 출발
구명조끼 던지는 승무원도 포착… “무죄” 주장 크루즈선 선장 구속
최소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의 원인 제공자로 추정되는 독일 크루즈선 선장이 결국 구속됐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헝가리 법원은 가해 선박 선장인 우크라이나 국적 C. 유리(64)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함께 사고 순간을 포착한 영상도 속속 발견돼 짧은 시간에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을 밝혀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선장에게 보석금 납부를 조건으로 석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데다, 선장도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진실 규명까진 난항도 예상된다.
침몰 선박 허블레아니호가 소속된 ‘파노라마 데크’ 등 부다페스트 유람선 업체들로 구성된 ‘크루즈 얼라이언스’는 사고 당일 추돌 장면이 담긴 7분22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가해 선박인 바이킹시긴호는 허블레아니호를 뒤에서 들이받고선(2분24초) 계속 직진해 화면에서 사라졌다가 곧바로 후진, 사고 지점으로 돌아와(3분45초) 약 20초 동안 완전히 정지했다. 그리고는 다시 전진(4분27초)을 시작했다. 마치 뺑소니 교통사고처럼 추돌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황급히 현장을 떠난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돌 순간’부터 ‘다시 전진’까지 걸린 시간은 2분 3초에 달한다.
이 동영상은 헝가리 경찰이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공개한 영상과 마찬가지로 다뉴브강 머르기트다리 위에서 촬영됐지만, 바이킹시긴호가 시야를 가리고 있던 기존 영상과는 달리 허블레아니호 쪽에서 촬영됐다. 이에 따라 가해 선박 선장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추돌사고 및 한국인 관광객이 물에 빠진 걸 알고도 선장이 도주하려 했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영상에선 사고 순간 허블레아니호 선미 갑판 위 일부 탑승객과 바이킹시긴호 선수 갑판 탑승객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매체 ‘index.hu’는 화면을 확대해 “희미하지만 사고 직후 강물에 빠진 5, 6명의 움직임이 보이고 바이킹시긴호 승무원들이 황급하게 뛰어다니며 두 개의 구명조끼를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사법당국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바이킹시긴호 선장이 ‘부주의ㆍ태만으로 중대 인명사고를 낸 혐의’로 1일 구속됐다. 그러나 그는 무죄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변호인도 “선장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범죄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날 법원 심문에서도 그는 무죄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장의 증언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싶지 않다”면서도 “선장은 심문을 받을 때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헝가리 법원은 구속기간을 1개월로 정하면서 보석금 1,500만포린트(약 5,900만원)를 석방 조건을 제시했다. 보석 석방이 된다 해도, 재판 종료 시까진 부다페스트를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 변호인은 “선장은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생긴 것에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며 피해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이 전달되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선장은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향후 수사 초점은 역시 바이킹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게 된 정확한 이유와 경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부주의에 따른 과실이었다면 이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해 선박 측의 기계 장치에 이상 또는 결함은 없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바이킹시긴호가 추돌 이후 후진을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그리고 다시 전진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두 선박 주변에서 벌어진 상황에도 수사력을 모으게 될 전망이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kimjin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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