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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추가 관세폭탄 첫날… 중국은 페덱스 때리기로 맞불

입력
2019.06.02 16:19
수정
2019.06.02 19:13
6면
0 0

화웨이 우편물 오배송에 발끈 “외국업체 블랙리스트 곧 발표”

중국 “무역전쟁은 미국 책임” 백서 발표하며 비판

중국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맞서 보복조치 대상으로 겨누고 있는 미 운송업체 페덱스. AP 연합뉴스
중국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맞서 보복조치 대상으로 겨누고 있는 미 운송업체 페덱스. AP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간판 운송업체 페덱스(FedEx)를 상대로 전격 조사에 나섰다. 미국이 연일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숨통을 죄는 것에 대한 맞불 차원이다. 양국이 예고했던 관세 인상마저 발효되면서 무역전쟁은 퇴로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1일부터 자국 항구에 도착하는 중국산 물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약 238조원) 규모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동시에 중국도 이날부터 600억달러(약 71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3주 전 양국이 관세 인상을 발표하며 으름장을 놓을 때만 해도 실제 시행에 앞서 협상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끝내 물거품이 됐다. 다만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달 15일 이전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중국 상품은 이전처럼 관세를 10%로 유지한다”며 마지막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미국은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3,250억달러(약 387조원)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 절차를 밟는 터라 또다시 ‘관세 폭탄’이 터질 우려가 여전하다.

이처럼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지만, 양국은 각각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쥔성(馬軍勝) 중국 국가우정국장은 2일 “페덱스가 화웨이의 화물을 잘못된 목적지로 무단 배달했다는 민원이 접수돼 국가 유관부문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20일 일본에서 중국으로 보낸 서류 2개가 미국 테네시주의 페덱스 본부로 갔다는 것이다. 페덱스는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가 빼돌린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이익과 국가 안보에 명백한 위험”이라며 물고 늘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아예 외국업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반격의 고삐를 바짝 당길 참이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의 명단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비상업적 목적으로 중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공급을 중단해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는 외국 기업과 단체, 개인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동참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단절한 업체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골적으로 화웨이 살리기에 나선 셈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을 향한 여론전의 수위를 높였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2일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통해 “무역전쟁은 미국의 책임”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관세 인상을 무기로 위협을 가해와 갈등을 유발했고 중국은 정당한 대응조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양국 정상이 지난해 합의한 관세 인상 철회 등을 미국이 번복하면서 협상이 깨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무역협상 백서를 발간한 건 지난해 9월 이래 두 번째다.

무역전쟁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국영 CCTV의 해외 부문인 CGTN 아메리카가 최근 미국 의회 취재 권한을 갱신하지 못해 쫓겨날 판”이라고 전했다. CGTN의 류신(劉欣)은 미 폭스 비즈니스 채널의 트리시 리건과 지난달 30일 무역전쟁을 주제로 미중 여성 앵커 생방송 공개토론 대결을 펼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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