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입원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이 3일 첫 발을 내딛는다. 치료를 마치고도 돌아갈 곳이 없어서 이른바 사회적 입원(6개월 이상 의료ㆍ요양기관에서 생활) 중인 정신질환자나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 이날부터 경기 화성시와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선도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들은 탈시설 희망자에게 주거지를 마련해주고 사회적응 훈련을 돕는 한편, 재가요양이나 방문진료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ㆍ제공한다.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을 줄이고 망가진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화성시의 선도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화성시는 8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모델을 시험한다. 정부의 중증 정신질환자 대책이 응급입원 강화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화성시 출범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응급입원을 강화하는 우선조치를 발표했지만, 장기적으로 사회 인프라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은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기준 조현병 환자의 입원기간(221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최장기간으로 평균(49일)의 4배에 달한다. 발병 이후 단기간 입원했다가 퇴원해 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을 이어나가고 직장생활 등 사회복귀까지 연계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정신질환 인프라가 사실상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화성시는 관내 의료기관에 장기 입원한 환자가 768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430~591명은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통해 퇴원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모두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다. 실제 사업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요원들이 의료기관을 방문, 퇴원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희망자와 퇴원계획을 세우는 한편 주거시설 등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관내에 있지만 재활 등 보건복지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자 200여명도 발굴해 관련 서비스를 안내할 계획이다. 물론 모든 희망자들이 갑자기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당장 화성시가 연내 마련하려는 거주시설(케어안심주택)은 10곳뿐이다. 배병준 실장은 “전국적 인프라 확대 이전에 효과와 현실성을 검증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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