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교동에 있는 최부자댁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조선시대에 실천한 집이 있었는데, 바로 경주 최 부잣집이다. 부자가 삼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말이 있지만 최 부잣집은 약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만석꾼의 부를 유지했다.

경주 최 부잣집이 그렇게 오랫동안 부를 지켜오면서 더불어 도덕적 의무를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 부잣집만의 특별한 가훈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부잣집은 집안 대대로 육훈(六訓)을 지켜왔는데, 재산이 만 석이 넘으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였으며, 흉년에는 땅을 사지 못하게 하고,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후하게 대접했으며, 시집 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해 근검절약의 정신이 배게 하고,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진사 이상의 높은 벼슬을 못하게 했다.

경주 최 부잣집은 육훈 외에도 몸과 마음의 수양에 힘쓰라는 의미로 육연(六然)의 가르침을 지켜왔는데, 그중 ‘득의담연(得意淡然)’과 ‘실의태연(失意泰然)’의 원칙이 있다. 이는 뜻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뽐내지 말고 담담하게 행동하며,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을 드러내지 말고 태연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이다.

뜻을 이루게 되면 대개 득의양양(得意揚揚)하고,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면 실의에 빠져 낙담하게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담연하고 태연하게 행동하도록 수양에 힘쓰게 한 것이다.

경주 최 부잣집의 가르침으로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득의담연’과 ‘실의태연’의 정신은 오늘날 기쁜 일과 슬픈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현대인들이 마땅히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격언이기도 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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