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기를 끈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함께 성장하고 생사고락을 한 형제들이 피 튀기는 권력투쟁 후 각자의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흩어지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렇다. 스토리의 끝은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며, 인생은 하나의 여정이 끝나면 막을 내리는 직선의 시간관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원형의 시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도 나만의 왕좌를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는 이 땅의 모든 존과 아리아, 산사와 브랜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년의 정신’은 원래 아픈 것이다. 왕좌를 향한 꿈을 이루는 과정은 인내와 도전의 연속이고 땀은 고귀함의 발로이다. HBO캡처

매 시즌 적게는 6,000만 달러, 많게는 1억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 부어 장장 8년에 걸쳐 방영된 드라마가 있다. 한 번 방송될 때 1,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하고 역대 불법 다운로드 1위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광팬임을 자처한 드라마가 최근 막을 내렸다. 용두사미식 결말이 실망스러워 마지막 시즌을 다시 만들라는 온라인 청원에 동의한 사람만 100만이 넘는 이 어마어마한 드라마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왕좌의 게임’.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판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방대한 스케일,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돈과 권력, 섹스라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숨기지 않고 날 것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칠왕국의 통치권, 철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을 그린 이 작품은 당대의 베스트셀러를 넘어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소 허무한 결말이 시청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긴 했으나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은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 하다. 브랜은 마침내 철왕좌를 차지했고 그의 누나 산사는 북왕국을 독립시킨 후 왕위에 올랐다. 아리아는 브랜을 왕으로 투표한 후 미지의 일몰해로 모험을 떠났고 존은 야인들을 데리고 장벽 너머로 향했다. 함께 성장하고 생사고락을 함께 한 형제들은 피 튀기는 권력 투쟁이 끝나자마자 각자의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흩어진 것이다.

거대한 서사시의 마지막이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투쟁과 개척, 모험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우리는 흔히 인간사를 하나의 여정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직선의 시간관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삶은 하나의 스토리의 끝이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기도 한 원형의 시간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만 입학하면 모든 고생이 끝날 것이라 믿던 수험생들은 곧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점에 서게 된다. 고시생과 취준생, 승진을 위해 달리는 회사원도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눈앞의 장벽만 넘어서면 모든 것을 이룰 것 같지만 또 다시 새로운 막이 열리는게 우리네 삶이다.

더구나 평균 100년을 살아야 할 현대인은 하나의 왕좌를 차지하면 바로 다음 왕좌를 향한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차지해야 할 왕좌는 무엇이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존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일념으로 모두가 멸시하는 야만인에게까지 스스로를 낮추며 끊임없는 설득을 계속했고 마침내 두터운 신뢰와 신용을 구축했다. 아리아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도 뼈를 깎는 수련을 통해 검술의 달인이 되었고 산사는 강력한 집념과 인내를 거쳐 요조숙녀에서 일국의 왕으로 성장했다. 우리 앞에 놓인 왕좌는 무엇이고 우리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생의 전반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청년층대로, 후반부를 살아가는 노년층은 노년층대로 주어진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앞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의 막이 내렸다고 모든 스토리가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그 너머를 고려하며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안주하고자 하는 유혹과 끊임없이 싸우며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일 것이다. 지금도 나만의 왕좌를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는 이 땅의 모든 존과 아리아, 산사와 브랜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년의 정신’은 원래 아픈 것이다. 왕좌를 향한 꿈을 이루는 과정은 인내와 도전의 연속이고 땀은 고귀함의 발로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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