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가 불발되자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졸속 대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은행 사업자 추가 인가가 불발돼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유동수 의원은 당정협의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인터넷은행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협의에서 논의된 사항이라며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자의 사업계획 심사를 담당하는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교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유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외평위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서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아진 점들이 많다 보니 외평위원을 교체할지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은행 심사는 1차로 외평위에서 진행하고, 외평위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이 검토해 금융위에게 인가 여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민간 전문가들로 외평위를 구성하고 위원 명단도 철저히 비공개에 부치고 있는 마당에, 기대와 다른 심사 결과가 나왔다고 즉각 위원 교체가 거론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평위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라 외평위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받아들일지 말지는 당국이 결정하는 만큼 운영의 문제이지 위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외평위 자문 결과를 문제 삼아 인적 교체 가능성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위원 교체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다 ‘유연한’ 심사를 원하는 듯한 당정의 움직임이 실제 위원 교체 여부와 관계 없이 외평위에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해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당정협의 논의 내용은 인터넷은행 진입 장벽 완화하는 안으로, 이 중엔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5년 안에 금융관련ㆍ공정거래ㆍ조세범처벌ㆍ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완화할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처벌 전력 시효) 기간을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줄인다든지, 담합 위반 부분을 좀 한정한다든지 하는 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도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언급 자체가 지난해 국회에서 법안 심의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법안 심의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은산분리 완화를 거부하는 강경파가 있고 자유한국당과도 의견차가 컸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한에 적용할 법률 범위, 처벌 전력 시효 기간 등의 핵심 쟁점을 논의하다가 법안 통과가 시급하고 시간에 쫓기니까 법안은 통과시키되 적용 법률과 기간을 광범위하게 정하는 ‘미봉책’으로 협의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론 수렴 없는 일방적인 규정 완화 추진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와 카카오에게 특혜를 주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인터넷은행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심사요건 완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박용진 의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도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탈락한 이유와 관련 없이 대주주 자격심사 요건 중 공정거래법 처벌을 (완화 대상으로)따로 거론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ㆍ여당은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에 앞서 인터넷은행에만 예외를 허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