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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낙태금지법 VS 메이저 스튜디오

입력
2019.05.31 18:00
수정
2019.05.31 18:5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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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지지자들이 지난 30일 미국 미주리주에서 유일한 낙태 병원의 운영을 금지키로 한 명령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단체 '계획된 부모'에 대한 청문이 열린 세인트루이스 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낙태 지지자들이 지난 30일 미국 미주리주에서 유일한 낙태 병원의 운영을 금지키로 한 명령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단체 '계획된 부모'에 대한 청문이 열린 세인트루이스 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는 어느 곳에서 찍었을까. ‘설국열차’는 열차 객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실내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국내 세트에서 외국인 배우를 불러 찍어도 무방했다. 하지만 봉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등은 체코 프라하 인근 바란도프 스튜디오로 향했다. 기다란 열차를 놓고 찍을, 널따란 스튜디오가 한국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임파서블’과 ‘007 카지노 로열’ 등도 촬영했다.

□할리우드 영화라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모두 찍지 않는다. 되레 LA에서 촬영하지 않는 영화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 여러 주와 유럽 도시들은 세금 혜택 등 당근을 제시하며 영화와 TV드라마 촬영 유치에 열을 올린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배경을 만드는 시대이니 촬영하는 장소의 물리적 중요성은 그리 큰 변수가 아닌 시대가 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한 후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간을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 유치는 여러 좋은 점이 있다.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 효과는 크다.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가 크게 성공하면 관광객이 촬영지를 찾아온다.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니 자치단체들이 유치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 조지아주가 대표적이다. 2002년 세제 혜택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상물 촬영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블랙 팬서’(2017) 등이 조지아주에서 찍었다. 유명 드라마 ‘워킹 데드’의 모든 시즌(10개)도 조지아주에서 온전히 촬영했다.

□조지아주는 2010년에만 촬영 유치를 위해 1억4,100만달러의 세수 손실을 감수했다. 씨를 뿌려 얻은 열매는 달콤해 2017년에만 영상물 촬영 유치 경제 효과가 95억달러에 이른다. 2016년엔 촬영 유치 건수에서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따라잡았다. 최근 얻은 별명은 ‘남쪽의 할리우드’. 조지아주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내년 1월 시행키로 하면서 진보 성향이 강한 할리우드의 반발이 강하다. 대형 스튜디오 넷플릭스와 미디어그룹 NBC-유니버설이 조지아주 촬영 보이콧에 나섰다. 돈줄이냐, 명분이냐. 낙태금지법 논쟁 이면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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