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낸 래퍼 사운더
“가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 래퍼의 말끝엔 한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곡 제목은 ‘불안’. 비트는 텅 빈 듯 그의 랩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같은 음으로 반복되는 건반 소리는 메마른 낙엽이 바람에 날리듯 쓸쓸하게 그의 랩을 맴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의 허무함이 짙게 밴 듯 했다. 래퍼는 곡에서 쉬 잠들지 못한다. 그는 “멈추는 건 무서워 뒤처지는 게 두려워서”라고 랩을 한다.
그의 랩엔 쉼 없는 경쟁에 내몰려 존재의 불안에 허덕이는 ‘우리’가 산다. 격정 없이 읊조리는 래퍼의 랩은 청취자의 마음마저 파고든다. 래퍼 사운더(본명 백종호)가 최근 낸 신곡 ‘불안’ 얘기다.
‘불안’ 표지에서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계단에 앉아 있다. 곡은 타블로가 터무니없는 학력 위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뒤 처음 낸 앨범 ‘열꽃’(2011)처럼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불안은 행복의 반작용이다. 간절하게 지키고 싶은 게 있을 때 불안은 커지기 마련. 사운더는 이제 막 7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다. 그는 “행복이 깨지면 어쩌지 하는, 무섭게 밀려오는 불안 속에서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곡에 담았다”고 말했다. 사운더의 행복의 간절함은 곡 후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나 정말 행복하고 싶어요. 이대로 계속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사운더는 ‘중고 신인’이다. 2011년 힙합 듀오 ‘백신&지니’로 활동하며 노래 ‘떠나가나요’를 냈다. ‘불안’은 ‘백신&지니’에서 백신으로 활동했던 사운더가 홀로 처음 낸 노래다.
사운더는 스무살 때부터 곡을 썼다. 서울 홍익대 인근 작은 공연장을 돌며 랩을 했던 청년은 어느덧 직장인이 됐다. 사운더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 곡을 썼다”고 말했다. 퇴근 후 집에선 아이를 재운 후 창작을 이었다.
사운더는 “래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 생각해 활동명을 사운더로 정했다.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곡 작업은 계속하고 있어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볼지를 정하진 않았고요. 비트를 쌓는 중이에요. 바람요? 환갑에도 랩하며 살고 싶어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