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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지는 게 무서워” 직장인 래퍼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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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지는 게 무서워” 직장인 래퍼의 ‘불안’

입력
2019.06.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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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낸 래퍼 사운더 

직장인 래퍼 백종호.
직장인 래퍼 백종호.

“가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아”. 래퍼의 말끝엔 한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곡 제목은 ‘불안’. 비트는 텅 빈 듯 그의 랩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같은 음으로 반복되는 건반 소리는 메마른 낙엽이 바람에 날리듯 쓸쓸하게 그의 랩을 맴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의 허무함이 짙게 밴 듯 했다. 래퍼는 곡에서 쉬 잠들지 못한다. 그는 “멈추는 건 무서워 뒤처지는 게 두려워서”라고 랩을 한다.

그의 랩엔 쉼 없는 경쟁에 내몰려 존재의 불안에 허덕이는 ‘우리’가 산다. 격정 없이 읊조리는 래퍼의 랩은 청취자의 마음마저 파고든다. 래퍼 사운더(본명 백종호)가 최근 낸 신곡 ‘불안’ 얘기다.

‘불안’ 표지에서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계단에 앉아 있다. 곡은 타블로가 터무니없는 학력 위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뒤 처음 낸 앨범 ‘열꽃’(2011)처럼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불안은 행복의 반작용이다. 간절하게 지키고 싶은 게 있을 때 불안은 커지기 마련. 사운더는 이제 막 7개월 된 아이를 둔 아빠다. 그는 “행복이 깨지면 어쩌지 하는, 무섭게 밀려오는 불안 속에서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곡에 담았다”고 말했다. 사운더의 행복의 간절함은 곡 후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나 정말 행복하고 싶어요. 이대로 계속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래퍼 사운드의 신곡 '불안' 표지.
래퍼 사운드의 신곡 '불안' 표지.

사운더는 ‘중고 신인’이다. 2011년 힙합 듀오 ‘백신&지니’로 활동하며 노래 ‘떠나가나요’를 냈다. ‘불안’은 ‘백신&지니’에서 백신으로 활동했던 사운더가 홀로 처음 낸 노래다.

사운더는 스무살 때부터 곡을 썼다. 서울 홍익대 인근 작은 공연장을 돌며 랩을 했던 청년은 어느덧 직장인이 됐다. 사운더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 곡을 썼다”고 말했다. 퇴근 후 집에선 아이를 재운 후 창작을 이었다.

사운더는 “래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 생각해 활동명을 사운더로 정했다.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곡 작업은 계속하고 있어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볼지를 정하진 않았고요. 비트를 쌓는 중이에요. 바람요? 환갑에도 랩하며 살고 싶어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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