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대신 쓰게 한 논문으로 딸을 유명 사립대학과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시킨 대학 교수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유철)는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모 교수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딸 A씨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이 교수는 자신의 대학원생 제자들이 대필시킨 논문을 딸이 쓴 것처럼 속여, 이 실적으로 딸을 대학원에 입학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 교수는 2016년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과제를 위해 제자 10여명에게 동물실험을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딸 A씨는 참관만 두세차례 하는 등 사실상 실험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연구보고서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연구과제상을 탔다. 그는 이렇게 만든 논문과 수상경력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 교수가 딸의 대학 입시 때도 제자들을 동원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 교수는 2013년 당시 고교 3학년이던 딸을 위해 제자들에게 학술대회 논문자료를 만들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한국교육개발원 주관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서 ‘우수 청소년학자상’을 수상했고, 2014년도 '과학인재특별전형'으로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 합격했다.
이밖에 이 교수는 한국창의재단 우수 연구과제에 대학생이던 딸을 응모시켜 800만원의 연구비를 타내는 데도 제자들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과제를 대학원생들에게 맡겨 재산상 이득을 얻은 것이 위법이라고 보고 이 교수에게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3월 ‘성균관대 교수 갑질 및 자녀 입학 비리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균관대에 이 교수를 파면할 것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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