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무역 갈등이 부정적 변수
올 들어 다섯 달 연속 떨어진 D램 고정 가격이 이번 달 가격 하락폭을 크게 줄이자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월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기가비트)은 4월(4달러)보다 6.25% 하락한 3.75달러로 조사됐다. PC용 D램 고정거래가는 전체 반도체 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D램 가격은 올해 1월 -17.24%를 시작으로 2월 -14.5%, 3월 -11.11%, 4월 -12.28% 등 네 달 연속 두 자리 수 낙폭을 기록했다. 이번 달에도 가격 하락세는 이어졌지만 낙폭은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시장 상황이 어려웠던 올해 초에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해 왔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리 사놓은 반도체 재고가 상반기에는 대부분 소진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북미 반도체장비 출하액이 4개월 만에 반등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도 최근 보고서를 내놓고 “197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4분기 이상 감소세를 이어간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기존의 업황 사이클 분석을 근거로 하반기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최근 고조되는 있는 미중 무역갈등은 반도체 경기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메모리 시장의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은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47%,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도 15%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분석은 IT 기업들이 반도체 구매 주문을 다시 넣기 시작하는 바로 전 단계의 긍정적 시그널”이라며 “다만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구입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반도체 경기는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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