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윤리 기준과 기대가 높아지는 시대
복지ㆍ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를 키울 때도
‘기업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신선한 도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28일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걸 한양대 교수, 이종욱 기획재정부 국장, 정성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소셜밸류 커넥트 2019 사무국 제공

“장애인 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차가 주차된 걸 발견했을 때 저 같은 50대는 그냥 눈살을 찌푸리고 지나가지만, 젊은 세대는 심각한 범죄로 여기며 분노합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윤리 의식에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기업에 대한 윤리 기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발달장애인 고용기업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가 지난 28일 열린 ‘소셜 밸류 커넥티드(SOVAC) 2019’ 오프닝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고객의 신뢰를 잃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도 ‘사회적 가치’는 반드시 실현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SOVAC 2019’ 행사장은 시장이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친환경, 복지 등의 ‘사회적 가치’를 시장의 강점인 효율성과 지속성을 활용해 새롭게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품은 수많은 혁신가의 열기로 뜨거웠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태도에 대한 거부감을 잠시 내려놓고 이들이 이루려는 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절전형 전구를 개발했는데, 기존 전구보다 비싸다면 어찌해야 할까. 고전적 정의의 ‘시장’에서는 곧 사라질 상품이다. 하지만 절전형 전구에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혜택 외에도, 전기 생산 때 생기는 공해와 지하자원 낭비를 줄이는 숨은 가치가 담겨 있다. 이런 가치를 객관화ㆍ수치화할 방법을 만들고 이를 통해 투자자와 소비자를 설득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이런 사회적 가치를 담는 회계방법은 이미 상당히 발전했다.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주요 척도로 ‘투자수익률(ROI)’이 있다. 100원을 투자해 20원을 벌었다면 ROI가 20%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비슷하게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을 산출해 투자금액 대비 창출한 사회적 가치도 측정ㆍ비교할 수 있다. SROI가 높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펀드는 세계적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이 ROI를 높이는 데만 치중하다가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자칫 낙오할지 모를 지경이다.

젊은 기업가들은 이런 변화를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SOVAC 2019 행사에서 특별상을 받은 벤처기업 포이엔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해 고형연료(팰럿)를 만들고,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저탄소 비료와 배양토도 만든다. 이 기술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사업 방법론’ 승인을 받았다. 아토머스는 자살률이 세계 최악일 정도로 스트레스가 높지만, 심리 상담받는 걸 꺼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착안, 익명 원격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역시 수상 명단에 올랐다. 포이엔이나 아토머스 같은 사회적기업이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SK그룹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의 도움이 중요했다. SPC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보상하는 제도다. SK는 2015년부터 시작해 318개 사회적기업이 SPC의 지원으로 기업의 틀을 갖춰가고 있으며 총 1,087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만으로 수많은 사회적기업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돕기는 불가능하다. SPC가 애초 지원 시한을 3년으로 정했으나, 지난해 4월 지원시한을 없애고 계속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이제 더욱 많은 금융ㆍ제조 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사회적 기업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데 참여해 새로 움트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도 찾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점점 중요해지는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SOVAC 2019는 ‘기업이 돈 잘 벌어 고용 늘리고 세금 성실히 내면 그만’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낡은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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