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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금리인하 소수의견’ 등장… 하반기 인하 예고? 개인 소신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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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금리인하 소수의견’ 등장… 하반기 인하 예고? 개인 소신발언?

입력
2019.05.31 13:50
수정
2019.05.31 21: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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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1일 개최한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통위원 1명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맞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소수의견 출현은 금통위가 머지 않아 금리를 조정할 것이란 신호로 여겨지는 터라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러나 ”소수의견을 금통위 시그널(신호)로 보는 건 무리이며, 현재 경기는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기대를 견제했다.

◇한은, 경기 반등 낙관론 유지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6개월째(통화정책 회의는 4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는 회의 주재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국내 성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대외여건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걸로 예상되며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등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결정 배경으로 제시했다.

금통위는 이날 성명문에서 “국내 경기가 지난 4월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의 성장 흐름을 보일 거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한은은 4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에서 1분기(1~3월) -0.3%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확장적 재정정책 △소비 증가세 유지 △수출ㆍ설비투자 하반기 회복을 들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5%로 소폭 조정했다. 올 들어 4월까지 내내 0%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에 머물고 있는 물가에 대해서도 “하반기에는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금통위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를 들어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협상이 곧 타결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양국이 상호 관세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해외 전문가 그룹 전망을 봐도 분쟁이 장기화될 거란 전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전망에 대해서도 금통위는 이번 성명문에 “전망 경로의 하방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는 판단을 새로 반영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거나 물가가 지금의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한은 금통위 소수의견 출현-기준금리 조정 관계-박구원 기자/2019-05-3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한은 금통위 소수의견 출현-기준금리 조정 관계-박구원 기자/2019-05-31(한국일보)

◇소수의견 출현 “금리인하 예고” vs. “소신 발언일 뿐”

금통위가 경기가 반등하리란 낙관론을 유지하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반년째 이어갔지만,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상품 부진으로 5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전년동월 대비)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대외 여건마저 악화되고 있다. 경기 비관론이 커지면서 장기금리 지표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한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전반으로 낮추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고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30일(현지시간) “경기전망이 악화된다면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최근 들어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잇따라 언급되고 있는 점도 한은 기준금리 인하론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 경우 한은 입장에선 내외금리차 확대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현한 소수의견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그간의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7인 만장일치로 결정됐지만, 이날은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통위 소수의견은 시장에서 통상 기준금리 조정 예고로 받아들여진다. 이주열 총재 재임기인 2014년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인하 또는 인상하자는 소수의견이 나온 이후 빠르면 다음달, 늦어도 4개월 뒤에는 소수의견이 주장한 방향으로 금리가 조정되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한은도 이러한 시장 인식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소수의견을 통해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설령 이번 소수의견이 금통위 내부에서 조율된 사안이 아니라고 해도, 금통위 성명문에서 성장 및 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하방리스크가 강조된 점에 비춰볼 때 금통위의 대체적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조 위원이 금통위 내 대표적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평소 저물가 상황을 문제 삼으며 한은이 통화 완화(금리 인하)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터라, 이번 소수의견이 금통위의 ‘조율된 신호’라기보단 금통위원 개인의 ‘소신 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이날 회견에서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며 “나는 금통위 다수의 견해를 대변해 말하고 있다”며 이번 소수의견에 대한 확대 해석에 경계감을 표시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금융불안정 우려가 완화됐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달하고 가처분소득에 견줘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안정 상황은 여전히 유의 깊게 살펴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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