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상품을 찾았다고 기뻐하면서 사이 좋게 손 잡고 떠났는데 이렇게 될 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기 위해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정모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켰다. 정씨의 딸(32)과 아들(28)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 타고 있었다. 딸의 구조소식은 들려왔지만 아들은 실종 상태다. 그는 “아내가 먼저 떠났는데, 언론 보도 외에는 소식이 닿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허블레아니호 탑승자 가족들이 이날 항공편으로 속속 헝가리로 떠났다.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가족들은 슬픈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매우 지친 모습에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감싸 안거나 손을 맞잡는 등 서로를 의지하며 출국 수속을 밟았다.
사고 소식을 접한 지 24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헝가리에서 추가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가족들은 여객터미널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부모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A씨는 “사고 전날 부모님과 연락하긴 했는데 날씨나 선상 투어 얘기는 못 들어서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허블레아니호 탑승자 가족 33명은 빈ㆍ프랑크푸르트ㆍ파리행 항공편에 나눠 타고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사고가 난 패키지관광을 진행한 참좋은여행사 직원 7명도 이들을 돕기 위해 동행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와 파리에선 다른 항공편으로 갈아타고, 빈에선 육로로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시 15분 먼저 출발한 10명과 미국에서 바로 이동하는 1명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부다페스트로 떠난 탑승자 가족은 44명이다.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4시쯤 다뉴브강에서 스위스 선적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에 추돌 당해 침몰했다. 배에 탔던 여행사 직원과 현지 가이드, 관광객을 비롯해 한국인 33명 중 7명이 사망했다. 구조된 인원은 7명이고, 1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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