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환자비밀누설 혐의 수사 시작 통보받아”
검찰이 자신의 환자 그루밍 성폭력(피감독자간음)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 정신과병원 B 원장 수사를 재개했다. 여러 혐의 가운데 환자비밀누설 관련 수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지만, 최근 B 원장 관련 언론 보도(한국일보 5월 23일자 11면)가 잇따른 만큼 그루밍 성폭력 수사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B 원장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38)씨는 3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항고한 의료법 위반(환자비밀누설) 혐의가 인용돼 재기수사 명령이 떨어졌다”며 “검찰이 다시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A씨는 B 원장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완전히 의존하게 됐고, 2017년 6~8월 수 차례 성관계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B 원장이 그 해 9월 A씨와 연락을 끊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A씨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와 상담 내용을 올리자 A씨는 지난해 4월 경찰에 B 원장을 고소했다. 피감독자간음, 의료법 위반(환자비밀누설) 혐의 등이었다.
A씨는 환자비밀누설 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자 같은 해 9월 수사를 촉구하는 의미로 이 혐의에 대해서만 따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혐의가 인정되지만 고소 기간(6개월)이 3일 지났기 때문에 재판에 넘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대구지검은 또 지난해 11월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단해 B 원장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이에 항고했으나 올해 3월 대구고검은 대구지검의 판단을 받아들여 기각했다.
완전히 낙담했던 A씨는 기억을 더듬어 지난해 4월 처음 B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을 때 환자비밀누설 혐의를 적시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A씨는 지난 20일쯤 “환자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최초 고발은 지난해 4월이므로 고소 기간 만료는 부당하다”며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고, 이날 대구지검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저보다 늦게 소송을 시작한 사건들도 판결이 나고 있는데 아직 재판조차, 기소조차 시작을 못해 체력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특히 무료 법률지원도 끝나 혼자 서류를 쓰고, 접수하면서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는데 재기수사 명령이 나와 조금이라도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도 강박과 공황 등이 심해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검찰이 항고를 기각한 B 원장의 피감독자간음 혐의에 대해서도 대구고법에 재정신청을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재기수사 결정에 대해 대구지검은 “대구고검에서 재기수사 명령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대구지검 담당 검사실에서 자체적으로 수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수사를 시작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B 원장은 “수사를 한다는 데는 법치국가이니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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