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1> 여의도는 YB 불모지대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 당사자만이 청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5.5세, 41억원 재산, 83%의 남성’이라는 균일한 소수 집단이 국회 의석을 메우는 동안 가난한 청년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과연 우연일까. 연합뉴스
[저작권 한국일보] 20대 국회의원은 누구인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청년 문제 관심 밖 20대 국회, 청년기본법 발의 3년 넘게 발 묶여
20대 국회서 ‘청년’ 들어간 의안 65건 발의돼 단 3건만 통과

‘청년기본법 단 한 건 발의. 그마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

청년 세대의 기대를 안고 2017년 11월 야심차게 출범한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위원장 이명수)의 초라한 최종 성적표다. 악화 일로를 걷는 청년 세대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특위가 꾸려졌지만, 6개월 동안 ‘청년기본법’ 여야 합의안을 도출해 낸 것이 유일한 성과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청년 정책의 근거가 되는 청년기본법은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2016년 5월 신보라 의원이 새누리당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이후 여야 합의안을 비롯해 8개의 법안이 올라와 있지만,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104일(신보라 의원안 기준)째 청년들의 요구가 응답받지 못하는 현실은 청년들의 간절한 ‘노오력’이 부족해서일까. 그보다는 평균 재산 41억원, 평균 나이 55.5세(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선 당시 기준)의 ‘명망가 남성 엘리트’를 과대 대표하는 국회의 태생적 한계라 보는 게 옳다. 31개 청년단체는 지난해 1만 서명운동을 달성했고, 국회 앞 기자회견도 수차례 이어오는 등 3년 가까이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김현우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은 “기숙사가 없어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 살거나 2시간 넘게 장거리 통학을 하는 청년 문제를, 다주택자에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회의원이 얼마나 공감해 대변할 수 있겠느냐”며 “국회에 당사자가 없어 청년 목소리가 과소 대표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에서도 청년 문제를 다루는 국회의 공감 능력과 의지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업, 주거 빈곤, 채무 등으로 사회적 파산 상태인 청년들의 문제는 정치권에도 공감대가 충분히 조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만 들어가면 청년 의제가 실종되는 까닭이다. 한 야당 당직자는 “엄청난 정쟁의 도구도 아닌 청년기본법이 수년째 계류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의원님들의 ‘관심 밖’이란 이야기다”고 말했다. 청년특위의 존재감 역시 미미했다. 3선의 한 중진의원은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기본법을 국회 앞까지 끌고 온 청년 단체들 사이에서 “의지 있는 젊은 정치인이 100명은 있어야 판이 바뀌겠다”는 자조가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 주요국 국회의원 40세이하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 평균 55.5세 ‘올드 국회’…실종된 청년 법안

20대 총선 기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애타게 청년을 찾았다. 온갖 청년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청년을 사로잡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튀는 선거 운동도 주저하지 않았다. 부모 세대에는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자식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소했다.

3년 전 청년들의 표를 받기 위해 구애했던 정치권의 초심은 여전히 유효할까. 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1년 앞둔 시점, 한국일보는 총선 당시 정치권이 공통의 문제의식을 보인 ‘청년 일자리 문제’와 ‘주거 빈곤’으로 분류되는 대표 공약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당시 새누리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큰 틀에서 ‘청년고용할당제 확대’와 ‘청년 구직수당’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청년임대주택과 신혼부부 행복주택’은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공통으로 내세운 공약이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현재까지 접수된 의안 수는 모두 2만820건(5월 28일 기준)이다. 이 가운데 의안 명에 ‘청년’을 포함한 청년 정책 관련 안건은 65건(0.31%)에 불과하다. 발의 건수도 절대적으로 적지만, 실제 가결된 것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마저 새로운 법은 전무하고 2004년 제정된 법을 15년째 연장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일부 개정안 2건과 청년특위 구성결의안 등 모두 3건이다.

2016년 4ㆍ13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매년 정원의 3% 이상 35세 미만 청년 미취업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떼지도 못한 상태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채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늘리고 △공공 영역에서 민간 기업으로 확대되는 청년고용할당제를 약속했다. 20대 국회는 2016년까지 한시법인 현행 제도를 연장하고, 사업자에 대한 국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일부 개정안만 두 차례 가결하는 데 그쳤다.

구직난으로 청년 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공백 기간에 절대 빈곤 상태에 빠지게 되자 각 당은 ‘청년 구직수당’이라는 패를 꺼내 들기도 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취업 청년에게 월 6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취업활동비’(민주당) △소득 하위 70% 청년미취업자에게 6개월간 50만원을 지급하고 취업 후 반환하는 ‘후납형 청년 구직수당’(국민의당) △소득 하위 70%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1년간 제공하는 ‘디딤돌급여Ⅰ’(정의당) 등 이름과 액수만 상이할 뿐 기본적으로 ‘구직수당’이라는 유사한 성격의 정책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수혜 대상인 청년의 범위를 정의하고 청년 정책의 근간이 되는 청년기본법이 선행되지 못해 국회에 발목이 묶여 있다. 서울시와 경기 성남시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청년수당은 각 지자체에서 제정한 ‘청년 기본조례’에 근거해 시행되고 있다.

청년 관련 법안이 일자리에 국한된 점도 국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엄창환 전국 청년 정책 네트워크 대표는 "우리나라에 청년과 관련된 법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 유일한데 이 법은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청년을 가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자리만 만들면 모든 청년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다뤄진다"고 주장했다.

‘지ㆍ옥ㆍ고(지하방ㆍ옥탑방ㆍ고시원)’의 처지에 비유되는 청년 주거 문제를 두고도 20대 국회는 소극적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운동 기간에는 청년 행복주택(청년희망임대주택)과 셰어하우스 임대주택, 연합기숙사 등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 내 청년 주거에 중점을 둔 법안은 2017년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년 주거안정 특별법안뿐이었다. 이 역시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백상진 마을학교 소장은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50, 60대 남성 의원들이 자신들의 자식 교육, 집값에 매몰된 나머지 야기하고 방치해온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눈 감고 있다”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논쟁 등을 보면서 (지ㆍ옥ㆍ고에 살 확률이 높은) 청년들은 정치가 멀리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에 맡기니 살아난 청년을 위한 정치

2030세대 국회의원이 1%도 되지 않는 기울어진 정치 지형은 청년 의제를 더욱 더 핍진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국회 내 청년을 대변하는 목소리 자체가 많아지는 데에서, 청년의 일상을 바꾸는 ‘정치의 회복’이 가능한 이유다.

고령의 장성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0만 장병의 수통이 30년 넘게 사용돼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주인공은 30대의 젊은 초선 의원이었다. 김광진 군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19대 의원으로 활동하던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군 장병이 사용하는 상당수 수통이 1972년과 1977년 보급된 플라스틱 및 알루미늄 제품임을 밝혔다. 폐기 연한과 세척 기준이 없어, 안보의 가장 기본인 위생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젊은 정치인의 문제 제기 덕분에 2014년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 부대의 수통이 교체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로 묵과되던 ‘청년 건강권’을 제도의 테두리 내로 가져온 당사자도 30세의 지방의원이었다. 2016년 서난이 전북 전주시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청년 건강권’을 명시한 청년 기본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시장은 청년의 심신건강과 건강한 삶을 위하여 △청년 건강검진 사업 △보건교육과 건강상담 △정신보건사업을 추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청년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이 조례를 근거로 전주시는 청년 대상 무료 건강검진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시는 무한 경쟁으로 지친 심리 상태도 살피는 등 ‘일자리’ 만이 아닌 청년의 삶 전반을 다각도로 조명해 지원하고 있다. 이전에는 직장 가입자가 아닌 대학생과 청년 구직자의 경우 국가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우울증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40대 이상만 적용됐던 정신건강검사도 확대됐다. 시의 정책은 국가 정책으로 확대돼 올해부터 20~39세 비정규직과 대학생, 영세사업자, 무직자 등 720만명이 새롭게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

“기성세대 국회의원은 요즘 같은 취업난에 구직을 해본 경험이 없으니, 면접 한 번 갈 때마다 10만원씩 쓰게 되는 청년 구직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죠. 그러니 ‘청년 수당’을 두고도 ‘나태해진다’는 인식이 넘칩니다. 그 간극은 청년의 목소리로 직접 채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청년이 뛰어든 정치가 청년의 삶을 바꾼다고 믿는 서 의원의 일갈이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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