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행사 인솔 가이드, 동료 사고에 안타까움 표한 글 올려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후 대형 여행사 인솔 가이드라고 밝힌 한 네티즌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심을 모았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인 사고 여행사 인솔 가이드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데 안타까움을 표하고 사고 원인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30일 오후 ‘헝가리 사고가 너무 안타깝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왔다. 대형 여행사에서 인솔 가이드로 근무 중이며 3주 전 부다페스트에서 비슷한 규모의 배에 탑승했다는 글쓴이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현직 인솔자로서, 특히나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그 배에 같이 탑승하셨을 ‘참좋은여행’ 인솔자님, 그리고 현지 가이드님. 지나가며 보고 인사했을 그 분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했다.
글쓴이는 “수십 번이 넘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드리자면 사고가 커진 원인은 첫째 사고를 유발한 대형 크루즈선의 운전 미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뉴브강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지나는 대형 크루즈선들이 항상 운행된다. 크기도 사고가 난 유람선의 10배에 가까운 대형 선박이다. 그런 배가 갑자기 선회하기 위해 기수를 돌렸다면 유람선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충돌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고가 커진 나머지 원인으로 패키지 일정 상 빼놓을 수 없는 유람선 코스를 악천후에도 진행한 것과 유람선 구조를 꼽았다. 글쓴이는 “이건 분명히 사고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며 “사고가 난 배뿐만 아니라 부다페스트 야간 유람선의 99%는 동일한 구조다. 1층은 실내 객실로 이루어져 있고 2층, 혹은 더 큰 배일 경우 3층은 야외 테라스처럼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이어 “사고 난 당일은 비바람이 부니 대부분의 승객들이 1층 실내에서 체류했을 것”이라며 “순식간에 사고가 나 배가 전복됐으니 미처 빠져나올 겨를도 없이 실내에 갇혀 물속으로 침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무섭다. 항상 농담으로 목숨 내놓고 일한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했었던 동료가 정말 그리 될 줄은”이라며 “현지 가이드님도 사고 당일 그 팀과 합류하여 ‘이제 다 했다. 트램 타고 집에 가야지’ 생각에 내릴 준비하고 계셨을 텐데. 너무 너무 슬픈 밤”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다뉴브강 운항 대형 크루즈선의 안전운항 문제는 헝가리 교민이 전한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헝가리에서 YTN 리포터로 활동 중인 교민 이전영씨는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헝가리 현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씨는 “헝가리 뉴스에 나온 영상을 본 결과 대형 크루즈선이 우리 국민들이 탔던 배를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이 작은 배가 조금 더 천천히 갔었고, 크루즈가 좀 더 속도가 빨랐던 것”이라며 “그래서 후방을, 이제 우리 국민들이 탔던 그 배의 후방을 잠깐 쳤는데, 이 배가 작으니까 방향이 꺾이면서 크루즈 앞쪽으로 꺾여버린 거다. 그러면서 속도를 못 낮춘 큰 배가 가로질러서 그냥 가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서 7초 만에 유람선이 전복이 되고 가라앉은 것”이라며 “지금 뉴스에 크루즈선 선장이 체포됐다고 뜨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난 유람선 바로 뒷배에 타고 있었다는 목격자 조성윤씨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헝가리를 여행 중이었다는 조씨는 “40분 동안 배를 타는 게 예정이었는데 10분에서 15분 정도 타다가 갑자기 하선 명령이 떨어졌다”며 “부둣가에 바로 배를 대더라. 내리면서 왜 내려야 되냐 물어봤더니 ‘앞쪽에 지금 어떤 배가 뒤집혔다, 전복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하선을 빨리 해야 된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경찰차, 소방차, 구조대가 오는 사이렌 소리가 많이 들렸다”고 말했다.
조씨는 “저희가 다른 가이드 분하고 인솔자들에게 듣기로는 큰 배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오려고 하는데 사고 난 유람선에 타고 계신 분이 하는 말씀이 ‘저 배가 설마 우리를 치고 가겠어’라고 했는데 치고 가버렸다. 이렇게 들었다”고 전했다.
선실에 사람들이 있었던 상태로 배가 뒤집혔다면 그들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조씨는 “저희 배하고 구조가 많이 똑같다면 나오기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며 “앞뒤에 문이 하나씩 달려 있다. 밖으로 나가는 문이. 갑자기 부딪치고 뒤집혀졌다면 문을 열 수도 없었을 것 같다, 제가 봤을 때”라고 말했다.
허블레아니호에 탑승한 인원은 현지인 선원 2명을 포함해 총 35명으로, 한국인은 관광객 30명, 여행사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사진 작가 1명 등 33명으로 확인됐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