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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의 유채 농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염’ 문제로 난리다. 흔히 떠올리는 환경유해물질 얘기가 아니다. 유전자변형생명체(GMO)가 그 주범이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 한국도 2년 전 같은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가 농지 전체에 걸쳐 벌어진 사건이었고 언제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GMO에 대한 우려는 단지 인체에 해가 없는지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월 프랑스와 독일의 농가에서 유채 밭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이엘 계열사로부터 구입한 유채 종자 가운데 유전자변형 종자가 발견된 것이 계기였다. 얼마나 많은 GMO가 섞여 있었을까. 확인된 바로는 0.005% 정도였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8,000㏊, 독일은 3,000㏊ 정도의 면적에 일부 GMO가 심어진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을 갈아엎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사전 예방 차원에서 추정치의 두 배가 넘는 1만8,000㏊에서 유채를 폐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단 불법이다. GMO는 재배국이든 현재의 한국처럼 수입국이든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프랑스는 GMO 수입을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재배는 금지했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유전자변형 유채 종자가 발견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법으로만 따지면 사태의 심각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상황은 이렇다. 먼저 농가에 타격을 준다. 단적으로 유기농지에서 GMO가 발견되면 유기농 인증은 취소된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유기농 인증 과정에서 GMO는 실격 요건으로 지정돼 있다. 원래의 유채에는 없던 외래 유전자가 삽입돼 있기 때문에 자연산으로 볼 수 없다. 외래 유전자는 주로 미생물의 유전자인데, 대부분 제초제에 견디게 하거나 병해충을 죽이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 기능이 무엇이든, GMO가 밭에서 발견되면 농민은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사회적 신뢰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농가에서 GMO의 침투를 오염이라 부르며 꺼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소비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가족의 건강을 염려해 애써 고른 먹거리가 알고 보니 정부의 승인도 받지 않은 GMO일 가능성이 있다.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는 기본이다. GMO가 야생의 근연종과 교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5월 국내에서 발생한 유채 종자 사건도 마찬가지 우려를 낳았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주로 사람이나 가축이 섭취하는 용도의 GMO에 대해 승인 절차가 진행됐다. 종자용으로 승인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강원도의 한 유채 축제지에서 GMO가 버젓이 자라고 있었다.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긴급하게 조사에 나서 확인한 바로는, 중국에서 수입된 GMO 종자가 전국의 유채 축제지는 물론 일반 농가에까지 전달돼 이미 상당히 자란 상태였다.

당장 모든 경로를 추적해 종자를 회수하거나 밭을 갈아엎었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한 번 땅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 없애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국내에서 미승인 GMO의 발견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해 말 목포에서는 종자용으로 승인되지 않은 면화가 발견돼 폐기 처분됐다고 한다. 도롱뇽 얘기는 사실 충격이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관상용으로 녹색형광을 띠게 만든 도롱뇽 250여 마리의 유통 현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후 모니터링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 사건들을 겪었다면 불법 GMO의 유입을 사전에 막겠다는 범정부 차원의 선포와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조만간 또 어떤 새로운 GMO의 적발 소식이 들릴지 불안하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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