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개별공시지가(땅값)가 8.03% 오르며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은 작년보다 상승률이 두 배 뛰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주택에 이어 토지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세 부담은 급증할 전망이다.
◇서울 12%대, 광주ㆍ제주 10%대 급등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1일 기준 전국 3,353만 필지의 평균 개별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8.03% 올랐다. 2008년(10.05%) 이후 최대 상승률로, 지난해 상승률(6.28%)보다는 1.75%포인트 높다.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수요 확대, 교통망 개선 기대, 상권 활성화, 인구 유입 등이 겹치면서 땅값 상승을 이끌었다.
서울 공시지가 상승률은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12.35%로 전년 상승률(6.84%)의 2배에 달했다.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 중인 광주(10.98%)와 국제영어도시, 제2공항 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높은 제주(10.7%)가 뒤를 이었다.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충남(3.68%)이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선 광화문과 명동이 속한 중구의 공시지가 상승률이 20.49%로 가장 높았다. 광화문광장 조성, 중심상업업무지구 활성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어 강남구(18.74%), 영등포구(18.20%), 서초구(16.49%) 순으로 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 2월 표준지 공시가격 발표 땐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강남구(23.13%)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이보다 4%포인트 이상 낮았다. 땅값이 조 단위인 삼성동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부지가 표준지에 포함된 데 따른 ‘착시 효과’로 풀이된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대규모 고가 부지가 표준지에 포함되면서 강남구 표준지 상승률을 크게 끌어올렸다”며 “이를 제외하면 지가 상승률이 4%포인트가량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1.11%)는 전국 230개 시군구 가운데 유일하게 공시지가가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선박ㆍ중공업 등 지역경제 불황으로 인한 지역 내수 감소 탓으로 추정된다.
◇상업지구 보유세 대폭 인상 예고
개별공시지가 상위 10곳은 모두 서울 충무로 및 명동 인근 가게 부지였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2004년 이래 16년 연속 서울 중구 충무로1가 화장품업체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차지했다. 이곳의 1㎡당 공시지가는 1억8,300만원(3.3㎡당 6억390만원)으로, 지난해 9,130만원의 2배였다.
건물ㆍ상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기준인 공시지가가 급등하면서 토지 소유주들의 세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날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이 보유세 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네이처리퍼블릭 토지 소유자는 올해 1억2,182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세액이 법정 상한선인 전년 대비 150%로 치솟은 것이다. 개별공시지가 2위인 충무로2가 ‘로이드 쥬얼리’ 역시 공시지가가 지난해 9,025만원에서 1억8,090만원으로 2배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50% 상한(1,074만→1,611만원)까지 늘었다.
강남역 상권이 속한 강남구, 여의도 상권이 있는 영등포구 역시 공시지가가 대폭 인상되면서 보유세 증가분이 임대료에 전가되고, 장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내몰림 현상)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공시지가가 오르게 되면 자연히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급격한 임대료 인상은 공실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건물주들이 매출 한계 등을 감안해 단계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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