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안건 처리 위한 31일 주총 반대, 조합원들 울산에 속속
사측 진입 저지하려 밤샘 농성… 노조, 법원 퇴거 명령도 거부
30일 오후 5시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법인분할 철회하라” “법인분할! 박살내자! 투쟁!” 등 구호와 함성이 쏟아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주주총회 개최를 하루 앞둔 이곳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주최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3,000~4,000명 가량의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집결했다. 31일 예정된 주총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법인)과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안건이 상정된다.
윤택근 민노총 부위원장 등의 대회사를 비롯해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의 투쟁사 등이 이어지자 참석한 조합원들은 “결사투쟁!” 등의 구호와 함께 “뿌우~뿌우~”하며 부부젤라를 연신 불어대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이날 노사 양측의 전운(戰雲)이 절정에 다다랐다. 민노총이 영남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조합원들을 울산에 집결시켜 주주총회 장소를 완전 봉쇄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마음회관 광장에는 수십 개의 천막이 설치된 상태에서 전국에서 모인 민노총 조합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정원 곳곳에서도 텐트 수십 동을 설치해 조합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 데 (사측이 주총을 위해)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한마음회관 주변 도로에는 자신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 1,000여 대와 각종 차량들을 주차시켰다. 사측과 경찰 등이 한꺼번에 들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나흘째 점거하고 있는 한마음회관 옥상에도 ‘한판붙자’ ‘단결투쟁’ ‘결사항전’ 등의 문구가 적힌 빨강, 파랑 등 각종 색깔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깃발 아래는 노조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망을 보듯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윤한섭 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은 “법인분할은 단순히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단위 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때문에 여러 지역의 노조원들이 힘을 합쳐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 측은 노동자 대회 이후 시민 등이 참여하는 ‘법인분할 저지 문화제’를 진행했고, 이어 밤샘 농성을 하며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로 진입할 경우에 대비했다. 민노총은 31일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주주총회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또 사측이 제3의 장소에서 기습적으로 주주총회를 열 것에 대비해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울산 남구 울산대 앞에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이같이 민노총이 법인분할에 대대적인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송 시장은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울산시 입장은 주총 자체에 반대하거나 법인분할 자체를 부정하거나 하는 그런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법인분할을 그냥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노동자와 충분한 대화를 통한 납득할 수 있는 법인분할이어야 한다”면서 “법인분할 내용에 대해서는 섬세한 검토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전인 29일 오후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후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것을 막겠다며 삭발했다.
한편 울산지법 제22민사부는 이날 회사 측이 앞서 노조가 회사 소유인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하고 있으니 회사로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 노조에 점거를 풀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울산지법 집행관들은 이날 오후 농성장을 찾아 법원이 결정한 주총 방해 금지 내용을 노조 측에 고지했으나 노조는 농성 해제를 거부했다. 사측은 시설물 보호와 조합원 퇴거를 경찰에 3차례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노사 충돌에 대비해 경력 64개 중대 4,200명 가량을 투입한 상태다.
울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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