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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야구 관람 ‘꿈의 구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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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야구 관람 ‘꿈의 구장’이 열린다

입력
2019.06.01 0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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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반려견 동반 프로야구 경기관람 행사 ‘도그데이’

3년째 도그데이 기획한 이강은 SK 구단 매니저

“도그데이 당일 유기견 입양행사는 즉흥적인 입양으로 이어질 위험성 있어”

최창호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루키팀 투수코치가 자신의 반려견인 강비와 함께 오는 2일 열리는 도그데이 행사 경기에 진행할 시구 연습을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최창호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루키팀 투수코치가 자신의 반려견인 강비와 함께 오는 2일 열리는 도그데이 행사 경기에 진행할 시구 연습을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최창호 루키팀(2군) 투수코치와 그의 반려견인 강비가 함께 마운드에 오른 후에 최 코치가 2루 베이스로 공을 던질 거에요. 그러면 강비가 공을 물어 오고, 그 공으로 최 코치가 시구를 할겁니다.”

강비는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루키팀 경기장인 퓨처스파크가 위치한 ‘강화도’와 구단 상징인 ‘비룡’(와이번ㆍwyvern)의 앞글자를 딴 이름을 지닌 풍산개(암컷ㆍ9개월)다. 루키팀 힐링파트 코치로 활약하며 훈련에 지친 선수들의 정서적 안정을 담당하고 있는 강비는 오는 2일 열리는 2018년 ‘SK 와이번스 도그데이’(Dog Day) 경기의 시구를 맡았다. 행사를 기획한 이강은(30)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마케팅그룹 매니저는 “지난달부터 구단 공식 온라인 채널에서 강비의 구단생활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며 “시구 연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2만 건을 넘었다”며 웃었다.

◇국내 유일 반려견 동반 프로야구 경기관람 행사

도그데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에서 진행하는 유일한 반려견 동반 관람 행사다. SK 와이번스 홈구장인 인천 문학동 행복드림구장에서 2013년부터 7년째 매년 열리는 이 행사를 통해 반려인들은 외야잔디밭 관람석인 ‘T그린존’에서 반려견과 함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이 매니저는 3년째 도그데이 행사를 준비해오고 있다. 선수들을 제외한 40명 가량의 구단 소속 직원들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 모든 관계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야구를 통한 반려문화를 확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도그데이를 진행하는 구장이 한곳뿐인 만큼 행사 당일에는 전국의 야구팬들이 모인다”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2017년 5월에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 참가한 반려인들과 반려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지난 2017년 5월에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 참가한 반려인들과 반려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2013년 첫 도그데이 행사는 반려생활을 하던 구단 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점차 늘어나는 반려인구와 성숙해지는 반려문화에 걸맞은 행사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올해는 행복드림구장 전체 2만 3,000석 규모 가운데 400석 가량인 도그데이 좌석 신청을 SK 와이번스 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선착순으로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현재 반려견 110마리 좌석을 포함해 총 320개 좌석의 예약이 마감됐다. 도그데이 당일 별도 좌석 없이 잔디밭에 돗자리나 텐트를 펼쳐 놓고 경기를 관람하는 ‘T그린존’에 반려견은 최대 150마리까지 입장이 허용된다. 다만 동물보호법상 맹견류 5종(​도사견ㆍ아메리칸 핏불테리어ㆍ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ㆍ스태퍼드셔 불테리어ㆍ로트와일러)은 예외다. 또 도그데이 참가 신청 반려견 가운데 광견병과 심장사상충 및 기생충ㆍ코로나장염ㆍ인플루엔자ㆍ전염성기관지ㆍ종합예방접종 등 6가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반려견들 역시 입장 불가다. 이 매니저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반려견들은 마운팅(수컷이 암컷을 올라타는 행위)이나 마킹(영역표시 행위) 방지를 위해 매너벨트를 착용해야 입장할 수 있다”며 “대형견과 소형견을 분리 입장시켜 혹시 모를 사고에도 만반의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은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마케팅그룹 매니저가 지난해 5월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서 직장동료의 반려견인 포와로(셔틀랜드 쉽종ㆍ3살)를 안고 있다. 이강은씨 제공
이강은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마케팅그룹 매니저가 지난해 5월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서 직장동료의 반려견인 포와로(셔틀랜드 쉽종ㆍ3살)를 안고 있다. 이강은씨 제공

그가 2017년부터 도그데이 행사를 맡으며 신경 쓰는 부분은 반려인이 아닌 관람객도 도그데이 행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와이번스 도그를 뽑아라’ ‘애견비디오 콘테스트’ 등 반려견과 함께 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와이번스 도그는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리 신청 받아 선발된 후보견들 2, 3마리를 대상으로 관람객들이 경기 중간에 직접 투표를 진행해 선정한다. 애견비디오에는 구단 소속 선수들이 직접 본인들과 함께 사는 반려견들의 재롱을 카메라에 담아 공개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5월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 반려인이 대형견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도그데이 행사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대형견과 소형견을 분리 입장시킨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작년 5월 열린 도그데이 행사에 반려인이 대형견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도그데이 행사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대형견과 소형견을 분리 입장시킨다. SK 와이번스 구단 제공

사실 도그데이는 2008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볼도그(Ball Dog)로 활동한 골든 리트리버종 ‘미르’가 활동을 마치면서 새롭게 구단이 진행한 반려문화 행사이기도 하다. 미르는 2012년까지 5년간 볼도그로 활동하면서 공수 교대시 심판에게 볼을 전달하고, 홈팀 홈런타자와 가장 먼저 하이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치어리더와 응원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매니저는 “미르가 세상을 떠나고 약 두 달 뒤인 2015년 5월 진행된 제3회 도그데이에는 미르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며 “미르 덕분에 도그데이가 쉽게 안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프로야구 유일무이 ‘볼도그’로 활동했던 ‘미르’의 생전 모습.
국내 프로야구 유일무이 ‘볼도그’로 활동했던 ‘미르’의 생전 모습.

실제 매년 도그데이 행사날 T그린존은 만석이거나 만석 가까이 채워지며 호응을 얻었다. 결국 구단은 첫 해 210석으로 시작한 도그데이 진행 좌석을 지난해부터 400석으로 늘렸다. 그는 “도그데이 행사가 매년 5~6월에 열리다 보니 낮 햇살이 따가운 편”이라며 “반려견들 안전까지 고려해 충북대 수의대생들이 행사 당일 의료지원 봉사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강은 매니저 가족들이 키우는 반려견 알콩이(왼쪽)와 달콩이.
이강은 매니저 가족들이 키우는 반려견 알콩이(왼쪽)와 달콩이.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지 마세요

이 매니저는 도그데이 행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되면 집에 있는 반려견들이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몇 년 전 경북 안동시로 귀농하신 탓에 자주 못 보게 된 후부터는 유독 더 그립다. 대학시절부터 집에서 함께 한 알콩이(10살 수컷 푸들)와 달콩이(10살 암컷 몰티즈)는 그의 가족에게 새로운 힘을 준 존재다. 그가 중학생 시절 키우던 반려견 ‘해피’가 교통사고로 죽었을 당시 부모님은 “자식 죽는 느낌이 뭔지 알겠다”고 할 정도로 힘들어 하며 외출마저 삼갔지만 알콩이와 달콩이를 새로 만나며 위안을 받았다. 그는 “반려생활을 하다 보니 ‘개는 가벼운 마음으로 키우는 게 아니구나’하고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이 매니저는 작년 도그데이 행사 중에 유기견 한 마리가 경기 내내 구장 인근을 어슬렁거리던 모습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도그데이 행사에 참가한 반려견인 줄 알았지만, 경기 후에도 반려인 없이 구장 인근을 서성거리는 녀석을 보고 유기견인 것을 눈치챘단다. 도그데이 행사에 참가해 반려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반려견들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이강은 매니저가 지난달 23일 인천 문학동 SK 와이번스 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도그데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필선 동그람이 PD ww5654@naver.com
이강은 매니저가 지난달 23일 인천 문학동 SK 와이번스 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도그데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필선 동그람이 PD ww5654@naver.com

하지만 직장생활 때문에 독립해 혼자 생활하는 이 매니저를 비롯해 현실적으로 입양이 쉽지 않았던 직원들은 유기견을 결국 보호소로 보냈다. 이후 안타까운 마음에 이 매니저는 도그데이 당일 별도 이벤트로 유기견 입양 행사를 기획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경기를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반려견들의 귀여운 모습만 접한 직후 펼쳐지는 유기견 입양 행사는 자칫 고민 없이 즉흥적인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진행하지는 않았다.

이 매니저는 “유기견과 반려견을 한 자리에서 보니 같은 생명인데 전혀 다르게 사는 모습이 눈에 밟혀 마음이 짠했다”며 “반려견을 한 번 키우기로 마음 먹었다면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이벤트를 도그데이 행사에 접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santafe2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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