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상당수 선체에 갇힌 듯… 수온 10~12도 생존확률 낮아
헝가리 당국이 부다페스트 인근의 군부대까지 동원해 실종자 수색ㆍ구조에 나섰지만 폭우와 거센 물살로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상당수 실종자들이 빠른 유속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사고 당시 1층 선실에 10여명이 있었다는 증언을 감안할 때 침몰 선체에 상당수가 갇혀 있을 공산이 커 본격적인 선체 수색과 인양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헝가리 현지 매체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헝가리 재난당국은 허블레아니호 탑승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ㆍ구조 작업을 밤새 벌였지만 계속된 폭우로 강물이 불어난데다 물살이 빠르고 바람도 거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침몰 당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던 점으로 미뤄 초기 대응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지 교민 A씨는 페이스북에 “사고 발생 지점에서 시작해 강가를 걸으면서 구조 상황을 보고 있는데 수색하는 배는 단 두 척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헝가리 국영 M1방송은 “이달 들어 잦은 비로 강물이 불어났고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다”고 전했다. 기상 상황 때문에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조당국은 수색ㆍ구조 작업을 위해 구조선 외에는 선박 통행을 중단시켰지만, 정작 일부 지역에선 강한 물살 탓에 사고 발생 3시간도 안돼 수색ㆍ구조 작업을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구조팀 관계자는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 강한 물살 때문에 강에 빠진 사람들이 하류 쪽으로 밀려가게 될 것”이라며 생존 확률이 낮아질 것을 염려했다. 이를 감안해 구조당국은 구조ㆍ수색 작업 범위를 다뉴브강 전체로 확대한 뒤 강 하구 쪽에 그물망을 설치했고 인접국인 세르비아에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무성과였다. 다뉴브강의 수온이 10~12도에 불과해 실종자들이 장시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로이터통신은 사고 발생 10여시간 뒤 “희망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생존자 추가 발견) 가능성이 약간이나마 남아 있다고 말하고 싶다”는 헝가리 소방당국 대변인의 말을 긴급속보로 전했다.
부다페스트 재난당국은 실종자 수색ㆍ구조를 위해 수십 명의 수상경찰과 잠수부, 100여명의 전문 소방관은 물론 군 병력까지 동원했다고 밝혔다. 수십 대의 소방차 및 구급차, 구조 선박, 레이더스캔 등의 특수장비도 투입됐다. 부다페스트에서 여행중인 B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부다페스트에 있는 경찰차와 앰뷸런스 대부분이 동원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다른 여행객 C씨도 “어젯밤(현지시간)부터 아침까지 온통 앰뷸런스와 경찰차 사이렌 소리 뿐이다”는 말로 긴박했던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뉴브강 양쪽에 정박한 선박들이 일제히 강물에 탐조등을 비추고 인근에서 촬영을 하던 영화제작진도 강물에 조명을 지추는 등 구조작업에는 민간도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사고 발생 5시간 가량 후인 새벽 2시께 머르기트다리에서 3m 떨어진 다뉴브강 바닥에서 침몰 유람선을 찾았을 뿐 실종자를 구해냈다는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생존자 윤모(32)씨는 “순식간에 배가 뒤집혀 침몰하면서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고 당시 20여명은 갑판에서 사진을 찍거나 하선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1층 선실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다는 게 생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유람선 선체 수색과 함께 인양 작업이 본격화해야 상당수 실종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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