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8년 만에 최저… “음원 쏟아져 되레 외면” 드라마 ‘부각 않는’ 경향까지
드라마의 불황으로 음원 시장에 불똥이 튀었다.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들이 줄면서 배경 음악(OST) 소비까지 뚝 떨어졌다.
30일 멜론과 지니 등 국내 6개 주요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조사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음원 순위 톱400에 든 드라마 OST는 31곡에 그쳤다. 가온차트가 음원 소비 집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적다. 연간 음원 순위 톱400에 드라마 OST가 67곡을 올린 2016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16년은 ‘드라마 흥행 풍년’이었다.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시청률 10%를 넘나든 tvN 드라마 ‘또 오해영’ 등이 방송됐다. 반면 지난해는 극심한 흉년이었다. KBSㆍSBCㆍMBC 등 지상파에서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가 단 한 작품(미니시리즈 기준)도 없었다. 드라마들이 주목받지 못하니 OST도 힘을 쓰지 못했다.
2010년대 들어 가장 심한 ‘드라마 OST 보릿고개’를 지난해 겪다 보니 제작사들은 안간힘을 쓰며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종방한 KBS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과 지난달 막을 내린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의 OST 제작을 총괄한 더하기미디어는 이례적으로 OST 앨범 표지에 드라마 관련 사진을 단 한 장도 쓰지 않았다. ‘하나뿐인 내 편’은 시청률 50%에 육박한 화제의 드라마였다. 이성권 더하기미디어대표는 “드라마 OST가 너무 많다 보니 ‘또 드라마 OST야?’라며 곡을 아예 듣지 않으려는 청취자가 있더라”며 “드라마 OST란 이미지를 덜 주기 위해 일부러 배우 사진을 표지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상파를 비롯해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 포털 사이트들이 저마다 드라마 제작에 나서면서 TV와 온라인에 작품을 쏟아냈고, 덩달아 OST 발표도 많아졌다. 드라마 OST가 홍수를 이루면서 제작사들이 되레 OST란 포장을 지우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믿고 듣는’ 드라마 OST 가수가 부쩍 준 것도 시장 위축의 원인이다. 15년 넘게 드라마 OST 제작을 해온 제작자는 “5~6년 전만 해도 이승철, 백지영, 윤미래, 박효신, 성시경, 린, 거미 등이 드라마 OST를 부른다고 하면 믿고 듣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시대가 변했다”며 “드라마 OST로 상징성 있는 가수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요즘 주목받는 드라마 OST 가수로는 볼빨간사춘기와 폴킴이 꼽힌다. 지난 8년 동안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 OST는 에일리가 부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tvN ‘도깨비’ 삽입곡ㆍ2억 스트리밍 돌파)였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드라마 OST 인기 가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도기”라며 “올해 드라마 OST 시장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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