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재개 위한 방안 논의할 듯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실무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한미일간 북핵 문제 조율에 나선다. 북한의 저강도 도발 등으로 북미간 교착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비건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일본의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조율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샹그릴라 대화는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및 유럽 주요국 국방 장관이 대거 참석하는데, 외교 당국자들의 참석은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미국 당국자들과 “이를 다르게 본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엇갈린 발언으로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한미일이 조율된 메시지를 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이날 북한의 최근 발사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로 규정하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은 한국 측 현안인 식량 지원과 일본 측 현안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을 매개로 한 대북 접근법과 함께 북한의 추가 도발시 안보리 제재 등 대응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어 다음달 4일 워싱턴DC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리는 연례 콘퍼런스에서 ‘한반도의 안보와 통일’를 주제로 1시간 15분간 오찬 강연을 가진다. 강연 형식을 빌려 대북 메시지를 발신해왔던 비건 대표가 어떤 형태의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올해 1월말 평양 방문을 앞두고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6•12 싱가포르 성명의 ‘동시 병행적’ 접근법을 내놓았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인 3월에는 “점진적 비핵화는 하지 않는다”고 밝혀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무부가 최근 동시•병행론을 다시 거론하고 나서 비건 대표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낼 만한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다. 다만 KEI가 이날 "비건 대표의 연설은 비보도 전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추가 공지한 것으로 미뤄 비건 대표 측이 현재로선 극히 신중한 입장을 취해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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