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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생생과학] 맥주 페트병에 ‘꽃모양 발’이 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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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생생과학] 맥주 페트병에 ‘꽃모양 발’이 달린 이유

입력
2019.06.01 13: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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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트병에 담긴 과학의 비밀 

 탄산 주입 때 압력 견디게 바닥을 원형으로 만들어 

 페트-차폐재-페트 3중 구조 재활용 어려워 퇴출 수순 

생생과학_맥주 PET
생생과학_맥주 PET

갈색 맥주 페트병이 국내에 등장한 건 2003년이다. 당시 OB맥주와 하이트가 1.6L 용량의 페트병 맥주를 출시했고 2년 뒤에는 그보다 조금 작은 1L 페트병이 출시됐다.

맥주 페트병은 가볍고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레저용으로 인기가 좋았다. 한 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맥주 페트병의 양은 2억병 정도로 전체 맥주 생산량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1~2년 후면 갈색 페트병에 든 맥주가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2021년까지 완전히 없애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실제 음료 업체들은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맥주 업계는 무척이나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음료와 달리 맥주는 품질 보존을 위해 페트병을 교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색 페트병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차라리 캔이나 유리병으로 대체하는 게 낫다는 게 맥주업계의 얘기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갈색 맥주 페트병은 왜 대체가 불가능할까. 일반 페트병에 비해 어떤 점이 특별하기에.


 ◇샌드위치 같은 3중 구조 

단층 구조인 일반 페트병과 달리 맥주 페트병은 3중 구조로 돼 있다.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 계열 물질인 차폐재가 들어간다. 페트를 성형틀 안에 주입한 상태에서 페트와 페트 사이로 차폐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맥주 페트병을 잘라보면 횡단면이 샌드위치처럼 3층으로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차폐재는 외부의 산소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맥주의 원료인 홉은 산소와 만나면 불쾌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차폐재 덕에 맥주 페트병 안으로 유입되는 산소량은 6개월간 1ppm(1백만분의 일)이 안 된다. 반면 일반 페트병은 1주일만 지나도 1ppm 정도의 산소가 들어온다. 탄산이 빠져나가 밍밍한 맥주가 되는 것도 막아준다. 맥주 페트병은 6개월이 지나도 90% 이상 탄산이 남는다. 12주 후 92.5% 이상이 탄산이 남으면 합격점을 받는 일반 페트병에 비해 기준이 엄격하다.

맥주 페트병이 갈색인 이유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홉은 단백질 성분이라 가시광선, 자외선에 노출되면 쉽게 맛이 변질된다. 페트병뿐 아니라 맥주 유리병이나 피로회복제, 드링크제, 감기약병 등에 갈색이 많이 사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맥주 페트병은 일반 페트병보다 제조가 어렵고 생산 단가도 높다는 단점이 있다. 맥주 페트병을 ‘음료 패키징의 총아’라 부르곤 하는데, 그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맥주 페트병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삼양패키징과 한일제관 두 곳뿐이다. 삼양패키징 테크센터 남경우 팀장은 “3중 구조 페트병이 우리나라에서는 맥주에 특화돼 있지만 일본 등 몇몇 외국 업체는 탄산음료나 주스 용기로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맥주 페트병은 환경 문제와 맞물려 요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색깔이 들어간 데다 3중 구조라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갈색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플레이크(재활용 제품 원료)가 투명 플레이크에 비해 단가가 낮은 것도 문제다. 재활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동일한 데 가격은 낮으니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페트병 사용 규제만 강화할 게 아니라 재활용 기술을 향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양패키징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20~30년 앞선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은 요즘 투명 페트병 외에 유색 페트병, 복합 재질 병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온과 고압을 견뎌라. 페트병에 숨은 과학 

물과 과일주스, 탄산음료를 담고 있는 페트병을 자세히 보면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엔 과학적인, 나름의 이유가 담겨 있다.

페트병은 보통 내열, 내압, 내열압, 상압병으로 나뉜다. 이 중 내열병은 말 그대로 고온을 버텨내는 힘이 우선이다. 상대적으로 미생물에 취약한 과즙주스나 스포츠 이온음료는 고온 살균해 뜨거운 상태로 페트병에 담긴다. 일반적으로 페트병은 75도가 되면 물렁해지지만 내열병은 90도 안팎의 온도에서도 용기 변화가 없도록 단단하게 제작된다.

목(neck) 부분이 흰색이라는 특징도 있다. 뜨거운 충전기 노즐이 병 입구에 닿으면 변형이 생기면서 뚜껑이 꼭 닫히지 않을 수 있어 목 부분은 더욱 강해야 한다. 목 부분은 따로 적외선을 쬐어 온도를 높여준 뒤 서서히 식히는 결정화를 거치는데 이 때 하얀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측면에 작은 창문 같은 판넬이 있다는 것도 내열병만의 특징이다. 밀폐된 병 속에서 고온 충전된 음료가 식으면 빨아 당기는 힘(음압)이 발생해 부피가 줄어들게 된다. 500mL 페트병의 경우 약 30cc가 수축된다고 한다. 이 때 말랑말랑한 재질의 판넬이 페트병이 수축될 때 찌그러지는 걸 막아준다. 판넬 면적은 페트병 용량에 따라 얼마나 수축되는 지를 계산한 뒤 결정한다.

내압병은 콜라, 사이다, 탄산수에 주로 사용된다. 음료 자체의 산성도가 높아 고온 살균을 따로 할 필요는 없지만 탄산가스가 주입될 때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몸체를 유선형으로, 바닥을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원형이면서도 설 수 있도록 바닥에 꽃잎 모양의 발을 달아 준다. 이를 페타로이드(petaloidㆍ꽃잎모양)라 부른다. 맥주 페트병도 내압병 중 하나다.

내열과 내압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내열내압병도 있다. 페트병에 충전된 뒤 약 60도 스팀이 나오는 후살균 처리를 해야 하는 밀키스나 암바사 등 탄산과즙음료, 우유탄산음료 등을 위해 제작되는 페트병이다. 상압병은 생수, 식용유병으로 쓰인다. 내열, 내압 특성이 요구되지 않는 상압병은 가벼운 게 우선이다. 500mL 페트병 무게가 내열병은 30g, 내압병은 24g, 내열압병은 32g인데 상압병은 13~14g에 불과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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