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꾸준히 증가… 동유럽 안전 의식 높지않아
동유럽 여행객에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유람선 야경 투어는 필수 코스로 인식된다.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가르는 다뉴브강 양 옆으로는 부다왕궁과 국회의사당, 어부의 성, 박물관 등 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줄지어 서 있다. 은은한 조명이 깃든 아름다운 건물들과 도시의 명물 세체니 다리를 강 위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야경 투어는 부다페스트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다뉴브강 유람선 전복 사고의 국내 피해자들이 이용한 여행사 참좋은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사 대부분의 헝가리 관련 패키지 여행 상품은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를 일정에 포함하고 있다. 고가 상품은 필수로 들어가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은 옵션(선택)으로 돼 있다. 옵션이라 해도 헝가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경 투어를 마다하는 여행객은 드물다.
유람선 투어는 보통 석양 무렵이나 해가 완전히 진 뒤에 시작된다. 유람선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30명 안팎 단위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객들은 이번에 사고가 난 유람선처럼 정원 30~50명의 소형 선박을 탄다. 유람선은 보통 2층 구조다. 1층은 유리창을 통해 야경을 감상하는 실내 공간과 갑판으로 구성되고, 2층은 벤치가 놓인 야외 데크다. 여행객은 대부분 2층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맥주를 마시며 야경을 감상한다. 야경 투어는 대략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를 포함한 동유럽 여행 수요는 최근 꾸준히 증가 추세다. 하나투어의 동유럽 기획상품 이용객은 2016년 2만5,500명, 2017년 3만200명(+18.2%), 2018년 3만4,800명(+15.4%)을 기록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전체 유럽여행 수요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동유럽 여행수요가 서유럽에 비해 성장 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동유럽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지의 안전의식은 높지 않다. 동유럽 상품을 판매하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헝가리가 지금 계절적으로 기후가 좋지 않은 시기다. 이번 사고도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투어를 진행해 발생한 건 맞지만, 현지가이드 입장에서는 나중에 원성을 들을 것이라는 압박감에 일정을 취소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유람선에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어도 가이드가 형식적으로 착용을 권유하는 정도라 입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며 “평상시에는 강이 잔잔하고 고객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거의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영(가명ㆍ40)씨는 30일 오전 뉴스로 사고 소식을 접하고 “2016년 6월 다뉴브강 야경투어의 경험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30여명의 패키지 여행객이 비바람 속에서 유람선에 올랐던 기억이 29일 사고와 거의 동일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유람선에 올랐을 때도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면, 배에 아예 구명조끼가 없었던 것 같다”며 “야경을 보기 위해 2층 야외 데크로 올랐는데, 비바람이 더욱 거세져 기둥을 잡고 주저앉을 정도였고 한 60대 여성은 넘어지기까지 했는데 가이드는 조심하라는 말 정도만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다뉴브강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많은 유람선이 떠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선박의 노후화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허블레아니 유람선은 건조한 지 70년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국적 선박 정보를 수집하는 웹사이트 허요레지스터(Hajoregiszter)에 따르면 허블레아니 유람선은 1948년 구 소련이 설계한 모스크비치급 선박과 같은 사양으로 1949년 우크라이나의 헤르손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애초 150인승으로 설계됐지만 선박회사 파노라마덱이 45인승 유람선으로 개조해 운영하던 중이었다. 현지 언론은 허블레아니가 2017년 이번 사고 지점에서 4㎞ 떨어진 페퇴피 다리 인근에서 역추진으로 방파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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