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의 1년여 간 대장정은 끝이 났다. 하지만 첼시 대 아스널이라는 최상의 대진을 갖고도 결승전 흥행에 실패한 UEFA의 탁상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30일 UEFA에 따르면 6만8,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제르바이젠 바쿠의 올림픽스타디움에 이날 온 관중은 5만1,370명으로 1만5,000석이 넘는 빈 좌석이 발생했다. 유럽대항전 결승, 그것도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런던 더비’라는 흥행 카드를 가지고도 벌어진 ‘대참사’였다. 중계카메라가 비춘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었다.
저조한 흥행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결승전 개최 도시의 위치였다.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는 아스널과 첼시의 연고지인 런던으로부터 약 4,800km(3,0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유럽 동쪽 끝의 변방 도시다. 런던에서 항공기 직항편이 없어 2~3번의 환승을 거쳐야 했고, 결승 특수를 맞아 현지 숙박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올랐다. 덕분에 팬들이 직접 관람을 포기하면서 양팀에 배분된 티켓 1만2,000장 중 5,000장의 반납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에 시작된 경기 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런던과 바쿠의 시차는 3시간으로, UEFA는 영국 팬들이 너무 이르지 않은 저녁 8시에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킥오프 시간을 조정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관중들에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경기가 주말도 아닌 평일인 수요일에 열리면서 현지 관중을 동원하는 데도 실패했다.
선수 안전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정치 분쟁 때문에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촌극도 벌어졌다. 아스널의 헨리크 미키타리안(30)은 조국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100년에 걸친 분쟁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껴 출전을 포기했다. 미키타리안은 2015년과 2018년에도 두 차례나 아제르바이잔 원정에 참여하지 못한 전례가 있었지만 UEFA는 이번에도 충분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축구 인기를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UEFA는 이번 결승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은 "축구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의 유럽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이어 2020년 유로 대회 개최도시 중 한 곳인 바쿠에 대한 재평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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