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만 받고 ‘배째라’식… 변호사 접견 시간 제한 없어 악용도
최근 A 변호사는 최근 서울의 한 구치소에 수감된 수감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접견을 하러 나섰다. A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A변호사는 구치소까지 찾아가 수감자를 만난 뒤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상담을 마친 수감자가 선임을 하지 않겠다며 상담비도 내지 않은 것이다.
최근 구속 수감자들의 ‘접견피싱’에 당한 저연차 변호사들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법조계에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가 3월26일부터 4월12일까지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구치소 접견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20여건이 접수됐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저연차 변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 관계자는 “응답비율이 저조해 실제 피해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라며 “피싱 대상은 대부분 수임에 취약한 저연차 변호사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수감자들은 주로 선임계약 등을 제시하며 구치소 접견을 유도한 뒤 무료상담만 받고 선임은 하지 않거나, 본인 외 다른 구치소 수용자들의 사건 소개를 명목으로 자신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 등 접견은 10분 이내인 반면, 변호사 접견 시간에는 제한이 없어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피해를 당한 한 변호사는 “수감자들 사이에서 신규변호사나 여성변호사의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순차적으로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접견을 권유하는 방법을 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상담이 목적이라기 보단, 변호사와의 접견을 통해 거실 밖으로 나와있으려는 꼼수”라며 “사건 하나하나가 소중한 저연차 변호사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거라 의도가 매우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변협 측은 최근 불특정인으로부터 접견을 요청받았을 경우 유료 법률상담 등을 고지하는 등 피싱예방책을 안내하고, 특히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 접견 피싱 관련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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