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례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평범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좋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없다.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민생을 망쳤다고 비난하지만, 좋았던 경제와 민생이 지난 2년 동안에 갑자기 나빠졌다는 비난은 정부의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비난이야말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반(反) 시장적 생각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정부는 여전히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주체이지만, 과거와 달리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수진영으로부터 ‘퍼주기 복지’로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빈곤과 불평등은 심각해졌다. 민주당 정부가 말아먹은 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기 성장률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민생 악화를 복지 확대로 막겠다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실패했고, 재벌 대기업을 지원해 성장률을 높여 민생을 살리겠다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도 실패했다. 이처럼 현재의 정치경제적 구조에서는 그 누가 집권해도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5년 단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문재인 정부 2년을 지난 20년과 비교해 보면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으로 복지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많은 논란이 있고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가 있지만,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삶도 개선되었다. 최근에는 분배지표도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을 높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 성장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1945년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경제가 성장해도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내 삶이 좋아지는 것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힘이라니 가슴이 설레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설렘’ 거기까지였다.

물론 이전에 집권했던 보수정부는 물론이고 민주당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2년의 성과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년의 실패라는 역사적 경험 위에 집권한 정부라면, 더욱이 천만이 넘는 시민들의 항쟁으로 탄생한 정부였기에 지난 2년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프다.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않고, 그 실패를 반복하는 것을 깨어 있는 시민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현명한 국민은 5년 단임 정부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지난 20년의 실패가 경제와 정치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국민의 요구는 개혁을 완수하라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에 나서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길을 알고 있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임금 노동에 기초한 사회보험만으로는 사회적 위험에 보편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독점하는 정치에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의 답답함은 지난 2년간 이 개혁의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적 포용국가가 목표라면 이행단계와 단계별 과제를 보여 주어야 한다. 경제, 정치, 복지는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그 속에서 민생은 어떤 모습이 될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정부를 대신할 주체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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